금융 금융일반

[르포] 핀테크·금융사 대화합의 장 ‘핀테크 오픈 네트워킹데이’...질서·즉시성·홍보 강화는 숙제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27 05:00

수정 2024.01.28 01:06

2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서 개최
금융·투자기관 역발표, 선배 핀테크 멘토링 및 금융사 부스 설치로 협업 물꼬
그러나 다소 산만한 공간·직접 협업 어려움·홍보 부족 등 문제제기
"향후 개선해나갈 것"
금융기관의 발표를 듣고 있는 핀테크 관계자들의 모습. 사진=김예지 기자 촬영
금융기관의 발표를 듣고 있는 핀테크 관계자들의 모습. 사진=김예지 기자 촬영

[파이낸셜뉴스] "금융사들의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도 구조와 프로그램이 다 다릅니다. 이에 금융사 입장에서는 타 금융사들이 어떤 식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하고 있는지 함께 네트워킹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고,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니즈가 부합하는 금융사를 찾아 협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신한퓨처스랩 이현정 책임매니저)
"이번 네트워킹 데이 행사를 통해 뭔가를 얻는다기보다는 오히려 그간 금융당국에서 여러 측면에 대해 지원해주신 부분에 도움을 받아 성장하기도 했고, 지금껏 쌓아온 경험을 신생 스타트업들과 공유해 핀테크 업권의 전반적인 활성화를 이루고 싶어 참여했습니다." (비바리퍼블리카 안규찬 본부장)
"상담을 해보니 생각 외로 금융사들이 준비가 많이 되어 계시다는 걸 느꼈고, 올해 (스타트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도 해주셔서 향후 우리가 어떤 부분을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로드맵까지 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B2B 핀테크 스타트업 '볼타' 이문혁 대표)
지난 2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핀테크 기업과 금융회사, 투자기관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개최된 '핀테크 오픈 네트워킹 데이'는 '상부상조'와 '잠재성'이라는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었다. 행사장 앞쪽에서는 KB금융·신한금융·우리금융 등 여러 금융사 핀테크랩들의 올해 운영 방향에 대한 열띤 발표가 이어졌고, 뒤쪽에서는 금융사와 핀테크사 간의 상담과 대형 핀테크사들의 멘토링이 어우러져 활발한 네트워킹이 진행됐다.
다만 행사 운영과 홍보 측면에서 향후 개선돼야 할 부분들도 보였다. 약 5시간 동안 이어진 소통의 현장을 직접 찾았다.

협업의 '물꼬'된 행사장...핀테크도, 금융사도 모두 만족
붐비는 행사장 전경. 사진=김예지 기자
붐비는 행사장 전경. 사진=김예지 기자

'핀테크 오픈 네트워킹 데이'는 올해 처음 열리는 행사다. 핀테크 기업들과 금융기관과의 기업간거래(B2B) 사업추진 및 투자유치 활성화를 위해 개최됐다. 핀테크 기업들 대신 금융기관 및 투자기관이 자사 사업추진 계획과 협업 방향을 발표한다는 점이 이전 행사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그래서인지 행사장에 들어가자마자 금융기관의 발표를 경청하는 핀테크 관계자들이 앞쪽 객석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핀테크 관계자들의 관심에 부응하듯 각 금융기관이 준비해 온 사업 방향성도 뚜렷했다. 발표를 맡은 KB금융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 투자 네트워크를 연계해 스타트업 성장 단계별 투자를 지원하겠다"며 △투자형 육성 기업 발굴 △그룹 투자 Vehicle 연계 △외부 기관 투자 연계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글로벌 육성 기업 발굴 및 글로벌 지원 프로그램 지속 확장에 대한 의지도 피력했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AI(인공지능)·플랫폼·결제 분야 핀테크 기업과 사업협력을 희망한다"며 협업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금융기관들의 '역발표'가 진행되는 것에 대해 금융사 핀테크 랩 관계자는 "금융사만 핀테크사들의 설명을 듣는 것에서 나아가 핀테크사들도 결이 맞는 금융사의 프로그램을 찾아볼 수 있게 되면서 금융사 입장에서도 좋은 기업들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초기 스타트업-선배 핀테크 간 멘토링 및 금융사와의 상담이 진행되는 행사장 풍경. 사진=김예지 기자 촬영
초기 스타트업-선배 핀테크 간 멘토링 및 금융사와의 상담이 진행되는 행사장 풍경. 사진=김예지 기자 촬영

금융기관들의 발표가 진행되는 동안 행사장 뒤쪽에 위치한 금융사 부스와 핀테크 부스에서는 상담 및 멘토링이 이뤄졌다. 상담 이후 소감에 대해 DGB금융그룹 관계자는 "자사 프로그램을 알리고 핀테크 기업을 한꺼번에 많이 소개받을 수 있어 좋다"고 했으며, 핀테크 멘토로 참석한 한국신용데이터의 이인묵 이사는 "큰 회사가 작은 회사에서 뭔가를 빼앗는 구조가 아니라, 상호 간의 비즈니스 기회로 연결될 수 있겠다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은행권 협업 파트너를 찾으러 온 이하얀 크레도스 파트너스 대표는 "단순 투자가 아닌 전략적 투자 앵글로 접근하는 금융사들이 많아 도움을 많이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간·운영 방식 개선 목소리도
별도의 공간 분리 없이 앞쪽에서는 업무협약 등 공식행사, 뒤쪽에서는 비공식 네트워킹이 진행되는 행사장 모습. 사진=김예지 기자
별도의 공간 분리 없이 앞쪽에서는 업무협약 등 공식행사, 뒤쪽에서는 비공식 네트워킹이 진행되는 행사장 모습. 사진=김예지 기자

다만 행사장이 별도의 공간적 분리 없이 앞에서는 계속해서 발표나 축사, 업무협약 등 공식행사가 이어지고 뒤쪽에서는 네트워킹이 진행되는 구조다 보니 어느 한쪽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웠다. 실제로 행사에 참석한 관계자들 역시 대체로 '정신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문혁 볼타 대표는 "부스는 부스대로, 행사는 행사대로 하다 보니 분리가 안 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금융사 부스 관계자 역시 "발표와 부스가 함께 진행되다 보니 약간 시간이 부족한 게 아쉽다"면서도 "오늘 간단히 인사하고 다음에 또 만날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행사 진행 방식도 앞으로 좀 많이 개선돼 추후에는 괜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직접 협업할 수 있는 관계자와 소통하도록 운영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었다. 실제로 현장에는 각 금융그룹의 핀테크 랩 관계자들이 나와 있어 핀테크와 금융사 간 협업이 바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핀테크 랩 관계자가 협업 관련 계열사나 부서에 핀테크를 연결해 주는 구조다. 이에 월급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스타트업 '부엔까미노'의 이수영 대표는 "이대로라면 스타트업 지원기관을 거쳐 (협업 부서 관계자를) 만나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핀테크사가 누락이 돼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고 우려했다.

행사 진행 전 홍보도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다. 각 금융사의 핀테크 랩과 핀테크지원센터 사업 참여 기업 및 회원사, 핀테크산업협회 회원사 등에 공지되긴 했으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핀테크사들도 종종 있어 홍보 강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핀테크지원센터 관계자는 "행사장 수용 인원이 최대 300석 정도였는데, 좌석 여유가 많은 편은 아니라 이런 부분을 감안한 것"이라며 "향후 1년에 두 번씩 행사를 진행하며 홍보도 더 강화하고 장소도 개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