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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단통법 폐지'…과연 '성지의 봄'이 올까요 [김준혁의 그것IT 알고싶다]

김준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27 07:00

수정 2024.01.29 04:53

정부, 단통법 전면 폐지 추진 공식 선언
기본 지원금 상한은 2017년부터 없지만
이후에도 지원금 경쟁 無
추가지원금 상한 폐지 실효성은 '물음표'
'성역없이 경쟁하라' 정부 상징적 메시지
성지 소수 혜택, 무리한 영업, 불투명 체계 등 역기능 우려도
10년 전과 다른 시장 상황…실제 기업이 움직일지도 미지수
법 개정 필요한 사안…"빨라야 내년, 폐지 완주 가능성도 미지수"
추가보완책 목소리 제기되는 이유

지난 2023년 2월 16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테크노마트 휴대폰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지난 2023년 2월 16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테크노마트 휴대폰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폐지를 선언한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 최근 뜨겁습니다. 특히 스마트폰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단연 뜨거운 감자인데요. 단통법 폐지가 이동통신3사의 보조금 경쟁으로 이어져 스마트폰 구매 시 체감물가가 확연히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단통법 폐지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절대적인 악법으로 보기 힘든 측면도 있는 동시에, 자칫하면 단말 유통 구조·생리에 능한 소수만을 위한 방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볼까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단통법은 2014년 10월부터 시행됐습니다. 소비자가 휴대폰을 구매하실 제공되는 지원금과 관련해 기업이 객관적인 정보를 공개하도록 해 시장 투명성을 높이고, 지원금 상한선을 둬 소비자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서였죠. 법 제정 전 이통3사는 가입자 유치를 위해 이른바 '쩐의 전쟁'을 벌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여기서 당시 정부가 제시한 절충안이 단통법이죠. 출혈경쟁 대신 정해진 기준 안에서 지원금 경쟁을 펼치고, 요금제 등 서비스로 승부를 보라는 관점이었습니다. 당시 정부는 이외에도 차세대 통신 세대 인프라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등으로 이어져 소비자 후생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믿었던 듯합니다.

지금 정부는 이와 시각을 완전히 반대로 하고 있죠. 통신이라는 독과점 산업으로 배만 불렸고, 경쟁은 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법 폐지 실효성은?
그럼 법이 폐지되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우선 현재도 이통사는 각사가 원하는 만큼 기본 지원금을 책정할 수 있습니다. 2014년 법 제정 이후 2017년 개정을 거치면서 정부가 기본 지원금에 상한을 두도록 하는 조항이 일몰됐습니다. 이를 두고 당시에는 '사실상의 단통법 폐지'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법 제정 전 같은 '지원금 출혈경쟁' 사례는 거의 없죠.

정부가 언급 중인 단통법 폐지의 핵심 중 하나는 추가지원금(현행법상 공시지원금의 최대 15%) 상한 폐지입니다. 추가지원금 상한을 없앤다고 해도 이통사가 당초 기본 지원금을 낮게 책정하면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기본 지원금이 10만원이면 추가지원금을 100% 지급한다고 해도 총 지원금은 20만원에 그칩니다. 월 요금의 25%를 할인해주는 선택약정제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이통3사가 비교적 싼 요금 구간에 대한 추가지원금을 200%, 300%를 설정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정부 시각에서 차라리 지원금 관련 상한이 아닌 하한을 두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지원금은 이통사, 제조사, 대리점이 함께 구성합니다. 이 중 이통사의 비중이 가장 크겠죠.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 애플 등 제조사가 지원금을 적극적으로 높이려고 할 필요가 있을까요? 유통·대리점 입장에서도 이통사와 제조사의 지원금에 한계가 있다면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판매촉진비를 일부 활용하거나 불법 리베이트로 '박리다매'를 취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을 겁니다.

10만원 이상 초고가 요금제를 이용하는 분들은 선택약정할인가(24개월 약정 기준)가 공시지원금(50만원 기준) 더 높을 개연성이 많습니다.

때문에 이번 정부의 단통법 폐지 언급은 이통3사에 대해 '지원금 경쟁을 하라'는 일종의 상징적인 메시지로 읽힙니다. 중간요금제 출시까지 유도했지만, 이 같은 요금제에서도 차별화 경쟁을 하지 않으면 지원금을 통해서라도 단말 가격을 낮추라는 주문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1월 22일 오후 서울의 한 핸드폰 매장의 모습. 뉴스1
지난 1월 22일 오후 서울의 한 핸드폰 매장의 모습. 뉴스1
■'폰팔이' 재현?…법 폐지 부작용은?
단통법 폐지에 대한 우려점은 여전히 있습니다. 법 제정 이후 '(휴대폰) 성지'라는 이름으로 암시장 취급을 받은 니치마켓이 양지로 올라오게 될 텐데요.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단통법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불법 리베이트를 통해 단말기를 싸게 공급하는 성지가 음지에 있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다만 법 폐지로 기대하는 순기능을 모두가 누릴 수 있을까에 대해선 다시 한번 생각해볼 만합니다. 만약 이통3사가 지원금 무한경쟁을 한다고 가정한들 불투명한 지원금이 온전히 대부분의 단말기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을까요?
단통법은 이통3사의 지원금 경쟁을 억제해 소비자들이 더 싸게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막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순기능도 있었습니다. 소수에게만 돌아가는 대규모 지원금 혜택과 기회가 대폭 줄어든 대신, 누구나 대리점에서 믿고 구매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기도 했죠. 과도한 보조금 경쟁을 바탕으로 한 대리점 꼼수, 호객 행위 등이 성행하면서 생긴 '호갱', '폰팔이'라는 이미지도 법 시행 10년 후인 지금은 많이 언급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안전장치인 선택약정이 생긴 것도 단통법 덕분입니다. 정부는 단통법 폐지 시에도 선택약정제를 유지하기 위해 해당 조항을 다른 사업자법으로의 이관을 추진합니다.

불투명한 체계 아래에서 운영되는 보조금과 같은 체계는 판매자든 구매자든 그 시스템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이들에게 악용될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지금도 통신이나 스마트폰에 큰 관심이 없는 분들에게는 선택약정할인제, 공시지원금도 복잡하게 느껴질 텐데, 단통법으로 극소수만 누리던 행태들이 정보력이 높은 소수에게만 더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죠.

단통법 제정 전에도 1년에 100만원가량의 최대 보조금을 받는 이들은 700만명 중 100만명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소비자 중 15%에게 대량의 보조금을 쏠리는 동안 나머지 85%의 혜택은 어디로 증발했던 걸까요.

■어차피 당장 폐지 아냐
저희가 지금까지 나눈 시나리오 모두가 기우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단통법 폐지는 법을 개정해야 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국회 문턱을 필수적으로 넘어야 합니다.

당장 4·10총선이 2개월가량 앞으로 다가와 있어 이번 국회에선 통과가 어려울 겁니다. 총선 이후에도 상임위 구성부터 거쳐야 하기 때문에 통과가 된다는 가정 하에도 꽤 긴 시간을 소요할 것이란 예상이 나옵니다.
중간에 폐지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고, 법이 없어져도 이통3사가 여기에 실질적으로 따라줄지도 미지수입니다.

IT 한줄평 : 올바른 폐지 위해선 역기능 해소할 보완책 고민도 동반돼야

"그런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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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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