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사법농단' 무죄 양승태 47개 혐의, 법원 판단은?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26 20:39

수정 2024.01.26 20:39

보고서 작성지시는 '일반적 직무권한'
직권행사 인정되더라도 '남용'은 아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사법농단 혐의'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사법농단 혐의'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사법농단' 의혹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검찰이 공소사실에 적시한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 47개에 대해 모두 죄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가 일반적인 직무 권한 범위에 해당하는지,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는지, 누설한 것이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지 등이 재판의 쟁점이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이종민·임정택·민소영 부장판사)는 2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에게도 마찬가지로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재판개입,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헌법재판소 견제, 비자금 조성 등 47의 혐의를 적용했다. 죄명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이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 모두가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먼저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이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재판 등에 부당하게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일반적인 직무권한’에 해당할 뿐 남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건과 관련해서 대외비 보고서를 지시한 것을 직권 행사로 볼 수는 있지만 직권 범위를 벗어난 지시로는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당시 일본기업 측을 대리한 변호사와 외교부에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의 전원합의체 회부 계획 등 직무상 비밀을 누설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전원합의체 회부 계획 등을 직무상 비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사건’에 대해 관련 보고서를 작성을 지시한 것도 대법원장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기호 국회의원 재임용 탈락 사건, 비례대표 지방의회 의원 행정소송, 국회의원 행정소송 항소심 등 담당 재판부를 통해 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 등도 인정되지 않았다. 대법원장에게 재판에 개입할 직무권한 자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권한이 없기 때문에 남용도 없다’는 논리다.

양 전 대법원장이 법관들의 ‘블랙리스트’를 관리하며 인사에 개입했다는 혐의도 인정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정기인사 대상 법관 참고 사항 보고서 작성, 인사안 마련,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보고서 작성 등을 지시한 것이 일반적 직무 권한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선고를 마치고 취재진을 만나 "당연한 귀결이라고 본다"며 "이렇게 명쾌하게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법리를 분석해 항소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해 9월 결심공판에서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을,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에게 각각 징역 5년, 징역 4년을 구형한 바 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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