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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21대 국회 끝까지 민생 포기 않는 양심 보여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28 19:08

수정 2024.01.28 19:08

1일 총선 전 사실상 마지막 본회의
처리 못한 민생법안 꼭 통과시켜야
21대 국회도 출발할 때는 의욕이 넘쳤었다. 지난 2020년 5월 국회 본청 앞에서 제21대 국회 초선 의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21대 국회도 출발할 때는 의욕이 넘쳤었다. 지난 2020년 5월 국회 본청 앞에서 제21대 국회 초선 의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오는 5월 말 임기가 종료되는 제21대 국회가 1월 임시국회 본회의를 다음달 1일 연다. 70여일 앞둔 총선 일정과 설 연휴를 감안하면 사실상 마지막 본회의가 될 것이다.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벌써 듣고 있다. 수십조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이권법안은 일사천리로 처리하면서 긴요한 민생법안은 안중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과 기업을 도와야 할 국회가 도리어 발목을 붙잡는 꼴이다.

여야의 정쟁으로 통과가 하세월인 법안이 한둘이 아니다. 폴란드 방산 수출에 필요한 수출보증 한도를 30조원으로 늘리는 수출입은행법,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 등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전세사기 피해 구제를 구체화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은 수개월째 지지부진이다.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을 설치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특별법, 서비스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도 21대 국회에서 한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나 표심을 노린 법안 앞에선 여야의 태도가 180도로 바뀐다. 수십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특별법 처리에는 여야가 합심해 일사천리다. 지난 25일 본회의를 통과한 달빛철도 특별법이 대표적이다. 대구~광주 간 총연장 198.8㎞의 철도를 건설하는 사업인데 9조원의 재정이 필요하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생략할 만큼 시급하지도 않은 사업인데도 여야는 한마음으로 통과시켰다.

이뿐 아니다. 지난해 4월 통과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 특별법, 14조원의 사업비가 책정된 가덕도신공항 건설 특별법도 시급성을 이유로 예타를 면제받았다. 달빛철도를 포함한 3개 철도·공항 사업에 투입될 재정이 22조원에 이른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예산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수원 군공항 이전 및 경기남부통합국제공항 건설 특별법도 마찬가지다. 서울지하철 5호선의 김포 연장, 부산·울산·경남의 동남권 순환광역철도사업 등도 예타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국가재정법 개정이 추진 중이다.

지역균형발전이란 명분이야 좋지만 마구 남발되는 '예타 면제'의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 걱정스럽다. 수십조원의 사업비를 어떻게 조달할 텐가. 결국 재정적자를 키울 수밖에 없고 미래 세대가 빚을 떠안아야 한다. 2025년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하는 우리나라는 6년 내 생산가능인구가 부산 인구(332만명)만큼 줄어든다. 45년 뒤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193%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다. 세수가 줄고 재원이 화수분이 아닌 이상, SOC 사업도 시급·경제성을 최대한 따지는 게 마땅하다.

세계 13위 경제대국인데 정치 수준은 갈수록 되레 퇴보하고 있다.
20대 국회가 받은 '최악' 타이틀은 이미 21대 국회가 경신했다. 마지막 하루라도 남은 회기에서 민생법안을 대승적으로 처리하는 최후의 양심을 발휘해 주기를 당부한다.
민심이 두려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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