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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극중하고 싶다면 지중이 먼저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29 18:20

수정 2024.01.29 18:20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지금 한중 관계는 역대 최악이다. 한국은 탈(脫)중국이 필연이고, 안미경중(安美經中)은 끝났다고 본다. 그러나 한국은 중국 위기설의 관점보다는 한국의 '경쟁력 차원'에서 중국을 봐야 한다. 한국의 자동차, 휴대폰, 커피점, 마트, 화장품 등은 줄줄이 탈중국했지만 중국과 경제전쟁 중인 미국의 테슬라, GM, 포드, 애플, 스타벅스, 월마트, 에스티로더는 중국에서 문닫고 돌아갔다는 얘기가 없다.

중국은 부채 때문에, 부동산 때문에, 인구감소 때문에, 정치불안 때문에 성장은 끝났다는 얘기가 홍수처럼 쏟아졌지만 그런 심각한 상황에 '가만둬도 망할 나라' 중국에 대해 미국은 모든 힘을 동원해 규제, 봉쇄, 전쟁으로 난리치는 이유는 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세계 주요국 중 인도 빼고는 가장 높은 5%대 성장하는 나라가 끝났다고 하면 1%대 성장하는 한국, 일본, 유럽은 어떻게 된 것일까.

잘살면 쇼핑이고 못살면 혁명이다.
전 세계 명품의 35%, 전 세계 벤츠 차의 36%를 구매하는 나라가 지금 중국이다. 공유경제 사회주의 국가에 부자가 있다는 것도 웃기지만 2024년 1월 기준 포브스 세계부호 순위를 보면 중국 1위 부자는 세계부자 랭킹 18위이고, 200대 부자 안에 20명이 등극했다. 한국 1위 부자는 세계 203위이다. 중국이 부자 되기 전에 먼저 늙어 죽는다고 하지만 인구감소, 출산율, 고령화율 지표는 한국이 중국보다 더 나쁘다.

한국은 중국을 잘 아는 것 같지만 6%밖에 모른다. 우리에게 중국이 너무나 익숙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중국은 북한(50%)과 미국(50%)을 섞어 놓은 나라(25%)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은 칭글리시(50%), 한국은 콩글리시(50%)로 소통(25%)하다 보니 중국의 실체가 6%(25%×25%)밖에는 파악이 안 되는 형국이다.

남북이 5500㎞인 중국 8시 뉴스에는 전국에 동시에 비가 오고 눈이 온다는 뉴스는 없다. 인구가 28배, 국토는 98배 사이즈의 나라를 한국과 같다고 보는 착각이 있다. 2000년간 싸우고 얽힌 '애증의 나라'가 중국이지만 다시 안 지는 30년에 불과한 나라다.

중국은 한국과 '국가 유사성'이 가장 높은 나라라서 우리와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른 나라다. 중국은 과거 미국, 일본, 한국, 대만으로 간 산업의 국제적 이전 과정이 동일했던 '선발자 우위'가 먹혔던 나라였다. 그러나 지금은 반도체 하나 빼고는 전 산업에서 한국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고, 달과 화성에 갔다 온 나라를 우리는 휴대폰과 자동차로만 평가하는 데서 오는 오류가 있다.

한국은 중국뽕에 빠져 대중국 관계에서 잘못된 자세를 취하고 있고, 안미경중도 끝났다는 얘기가 넘치지만 한국은 안미경중의 선배인 호주를 벤치마크할 필요가 있다. 호주는 한국보다 먼저 2018년 중국과 원수처럼 싸우고 미국과 쿼드동맹을 맺었다. 하지만 미국으로부터 핵잠수함기술을 전수받은 뒤 2023년 호주는 다시 중국과 화해하고 무역정상화로 실리 챙기기로 돌아섰지만 미국이 호주를 제재했다는 소리는 없다.

대중적자도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사는 사람이 왕이다. 우리는 대중 무역적자에 담담해져야 한다. 중국에서 자원을 수입해 미국, 유럽과 동남아에 수출해서 흑자를 내면 된다. 중국과는 제조에서 돈 벌던 무역수지에서 의료서비스와 의료관광, 금융으로 경상수지에서 벌면 된다.

돈 앞에서는 적을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흥분하면 사리판단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서비스산업에서 돈을 벌려면 상대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2000년 역사에서 중국이 강해졌을 때 한반도를 가만 내버려둔 적이 없다.
중국 위기론만 되뇔 때가 아니고 극중(克中)하고 싶다면 중국의 속내를 제대로 읽어내는 지중(知中)이 먼저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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