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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기부 후진국 벗어나려면 공익법인 규제 풀어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29 18:21

수정 2024.01.29 18:21

기부지수 세계 79위 오명 쓴 한국
기업 사회환원 돕도록 제도 고쳐야
한국경제인협회 CI(사진=한경협 제공) /사진=뉴시스
한국경제인협회 CI(사진=한경협 제공) /사진=뉴시스
한국의 기부문화가 국가 위상에 비해 뒤처져 있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기업 소속 공익법인의 주식 취득 및 보유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29일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에게 의뢰해 작성한 '공익법인 법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주장을 내놓았다.

보고서는 우리의 기부문화가 얼어붙은 주요 원인으로 '공익법인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꼽았다.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번 돈을 공익법인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는 경로를 넓게 뚫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야 한국과 한국의 기업이 기부에 인색하다는 오명을 조금이나마 벗을 수 있다는 말이다.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이 발표한 '2023년 세계기부지수(WGI)'에서 한국의 기부 참여지수는 38점을 기록했다. 전체 조사대상국 142개국 가운데 79위다.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이면서 기부 순위는 후진국보다 아래에 있는 부끄러운 현주소다. 연말연시에만 반짝 불우이웃 돕기에 나서는 정도이지 기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낮은 게 숨길 수 없는 우리 현실인 것이다.

기부를 주도하는 주체는 일반 개인과 기업이다. 부유한 정도를 떠나 일반 국민의 기부인식은 낮은 편이다. 평생 번 돈을 사회에 내놓는 선행도 없지 않지만, 사회환원에 대한 관심은 선진국에 비해 아무래도 적다. 소비자에게 물건을 팔아 이익을 내는 기업도 사회환원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게 마땅하지만 문제는 규제다.

기업들은 공익법인을 통해 사회환원의 책임을 이행할 의향이 있으나 제도가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공익법인의 기부 관련 여러 규제가 얽혀 있어 기업이 기부금 규모를 늘리는 것조차 여의치 않다. 규제에는 이유가 있겠지만, 기부하고 싶어도 제도에 막혀 기부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정상이 아닐 것이다.

현재 공익법인의 기부금 확대를 가로막는 규제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공정거래법에 따라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보유한 국내 계열회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또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공익법인이 전체 주식의 10% 이상 주식 취득의 형태로 출연받으면 초과분에 증여세를 부과하는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은 면세 적용한도가 5%가량이다.

기부를 위해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를 다 풀자는 건 아니다.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가 그룹의 계열사를 지배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소지는 분명히 경계해야 한다.
그럼에도 공익법인의 면세한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완화하는 방안과 합리적 선에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

경직된 제도에 얽매여 기부 후진국이라는 족쇄를 스스로 차고 있을 필요는 없다.
기업이 수익을 내는 경영목적과 사회에 환원하는 행위가 선순환할 수 있도록 공익법인 제도를 손질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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