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특별기고] 시대가 요구하는 스마트 에너지 절약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30 18:05

수정 2024.01.30 18:05

문현준 단국대학교 교수
문현준 단국대학교 교수
시대가 변하면서 사회구성원들의 생각과 말과 행동은 달라진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변화의 속도가 빠르면 결혼, 교육, 주거 등 모든 이슈에 대한 인식이 변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생활하면서 원하는 '열쾌적 수준'을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수년전에 비해 냉방에 대한 요구가 얼마나 커졌는지를 보면 짐작이 된다. 에너지를 바라보는 생각도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 1970년대 2차례의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수입이 어려워지자, 정부는 집집마다 한 등 끄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에너지가 부족해 지출을 줄이고 아껴 쓸수록 좋은 것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80~90년대 산업화와 고도성장기를 거치고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에너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달라졌다. 에너지는 생활을 풍족하게 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기본 서비스가 됐다. 한 여름에 상점과 사무실에서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아무도 그곳에 가지 않을 것이다. 지난 겨울처럼 난방온도를 18도로 유지하라고 강요한다면, 근무자들이 감기에 걸리고 업무효율이 떨어지며 생산성이 낮아지는 것은 자명하다. 물론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자 하는 다급한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시대에 맞는 에너지 절감 방향인지는 의문이 든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낮은 상황에서 에너지 절감을 위한 규제일변도의 정책들이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에너지 절약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규제보다 스스로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특정 선택을 강요하지 않고 경제적 인센티브를 줄이지 않으면서 예상가능한 방향으로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원하는 목표를 훨씬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너지(nudge)'라고 하며, 이러한 접근 방식을 활용해서 에너지절감을 위한 행동변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외에서도 이미 다양하게 시도됐다. 영국에서는 오래된 건물의 다락방 지붕의 단열성능이 매우 낮아서 에너지가 낭비되는 것을 줄여보고자 기존건물의 그린리모델링 프로그램을 만들고 인센티브도 제공했지만, 사람들에게는 에너지 절감이 큰 관심사가 아니고, 따라서 신청자가 거의 없었다. 이에 '너지' 팀을 구성하고 접근 방식을 바꾸었다. 사람들이 진짜 원했던 것은 자신의 다락방에 쌓여 있는 오래된 물건 정리와 내부 인테리어였다. 에너지 절감이 아니라 다락방 업그레이드를 제공하는 것으로 수정하고, 단열공사는 부가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제시했다. 원하는 것을 제공하면서 이를 통한 행동변화를 유도한 결과, 프로그램 참여자가 크게 증가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가의 에너지 절감 목표나 전기사용량에 크게 관심이 없다. 하지만 본인 집의 인테리어를 해주거나, 오래된 창문을 교체해준다고 하면 마다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행동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지혜로운 정책이 필요한 이유이다. 에너지 위기에 대응해야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에너지 절약 목표만을 강조하고 절감을 강요한다면 단속과 회피만 반복될 수 있다.
스마트한 시대에 부합하는 보다 인간적이고 지혜로운 접근을 통해, 현 시대의 사람들을 위한 효과적인 에너지 절감 프로그램을 만들고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을 기대해 본다.

문현준 단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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