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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임플란트 시동 건 일론 머스크, 다음 목표는 무엇?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01 05:00

수정 2024.02.01 05:00

머스크의 뉴럴링크, 첫 뇌 임플란트 시술 뇌와 외부 기기 연결. BCI 기술에서 치열한 경쟁 뚫어야 단기적으로는 마비 등 각종 신경 질환자 재활 도와 장기적으로는 AI 위협에 맞서 인간 두뇌 강화
지난해 6월 16일 프랑스 파리 비바 테크놀러지 행사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로이터뉴스1
지난해 6월 16일 프랑스 파리 비바 테크놀러지 행사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미국 기업인 일론 머스크가 세운 의학 기업이 인간의 뇌에 컴퓨터 칩을 연결하면서 머스크의 다음 계획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머스크가 단기적으로는 뇌와 전자기기를 이어 장애로 신체가 불편한 환자를 돕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뇌와 인공지능(AI)을 통합, 인간이 AI에 지배당하는 대신 공존하는 미래를 꿈꾼다고 전했다.

머스크, 치열한 뇌 임플란트 경쟁 뚫어야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머스크는 1월 29일(이하 현지시간) 자신이 매입한 소셜미디어 엑스(X)에 글을 올려 뉴럴링크 소식을 전했다. 뉴럴링크는 머스크가 지난 2016년 7월에 미 캘리포니아주에서 창업한 회사로 주정부에 '의학 연구 기업'으로 등록되어 있다. 해당 업체는 신체 손상을 입은 사람이 생각만으로 각종 기기를 제어할 수 있도록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장치(임플란트)를 뇌에 이식하는 기술을 개발해왔다. 뉴럴링크는 지난해 5월에 미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인간 임상시험을 허가 받았다.


머스크는 1월 29일 발표에서 전날 첫 번째 환자가 뉴럴링크의 임플란트를 이식받았고 환자가 "잘 회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환자가 "생각하는 것만으로 휴대전화나 컴퓨터는 물론 그것들을 통하는 거의 모든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N1'으로 명명된 뉴럴링크의 칩은 동전만한 크기로 환자의 두개골에 구멍을 내어 장착한다. N1에는 여러 다발의 전극이 달려있다. 해당 전극을 환자의 뇌에 찔러 넣으면 N1이 뇌파를 읽어 외부로 전달한다. 이처럼 뇌에 직접 전극을 연결하는 방식을 침습형이라고 부른다.

뇌파를 읽어 외부 기기를 움직이는 BCI 기술은 약 20년 전에도 가능했다. 미 뇌공학 기업 사이버키네틱스는 2004년에 침습형 기기인 '브레인게이트'를 사지마비 환자의 뇌에 연결해 환자가 생각만으로 e메일을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브레인게이트는 100개가 넘는 전극으로 이루어진 '유타 어레이' 센서와 뇌파 정보를 해독하는 장비로 구성되어 있다. 사이버키네틱스의 자산을 인수한 미 동종 기업 블랙록뉴로테크는 유타 어레이를 이용해 이미 뉴럴링크에 앞서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움직이는 실험에 성공했다. 호주의 뇌공학 기업 싱크론도 2년 전 중증 마비환자의 뇌에 '스탠트로드'로 불리는 칩을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업계에서는 뉴럴링크가 비록 동종 업체보다 늦었지만 혁신적인 기술을 갖췄다고 본다. 뉴럴링크는 유타 어레이처럼 단순히 전극을 뇌에 꽂는 방식 대신 얇은 전극실을 뇌 표면에 재봉틀처럼 박아 뇌손상을 줄이는 기술을 도입했다. 미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산하 맥거번 뇌연구소의 로버트 데시몬 소장은 1월 30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뉴럴링크가 전극실을 유연하게 만들 수 있다면 뇌손상 위험을 더욱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뉴럴링크의 칩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뇌에서 정보를 읽을 수 있는 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BCI 기업들은 인간 임상시험에서 뇌 임플란트를 임시로 장착하여 제한된 시간 속에 실험을 진행했다. 신문은 환자가 뉴럴링크의 임플란트를 얼마나 오래 참을 수 있는지 아직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의 뇌세포가 자라며 전극을 덮을 경우 뇌파 감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23일 스위스 로잔에서 촬영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장치.EPA연합뉴스
지난해 5월 23일 스위스 로잔에서 촬영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장치.EPA연합뉴스

마비 환자부터 도와...AI 융합까지 도전
머스크는 1월 29일 엑스에 올린 글에서 이번 제품의 이름이 '텔레파시'라고 밝혔다. 그는 "초기 사용자는 팔다리를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될 것"이라며 2018년에 타계한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을 예로 들었다. 그는 21살 때부터 근육이 위축되는 루게릭병을 앓아 76세에 사망하기 전까지 휠체어를 사용했다. 머스크는 "스티븐 호킹이 타자를 빨리 치는 타이피스트나 경매인보다 더 빠르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보라. 그것이 목표"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천적으로 맹인으로 태어나 눈을 한 번도 쓰지 못한 사람도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월 30일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뉴럴링크가 단기적으로 BCI 기술을 활용해 특정한 신경 손상 및 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를 도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국 BBC는 지난해 5월 보도에서 뉴럴링크의 주장대로 인간의 뇌가 컴퓨터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린다면, 각종 마비 증상이나 우울증, 실명 등 지금까지 의학적 치료가 어려웠던 복잡한 신경 질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9월 21일 엑스에 글을 올려 영화 '스타워즈'의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가 작중에 팔이 잘린 뒤 로봇팔을 이식받는 장면을 공유했다. 그는 "뉴럴링크가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로봇 옵티머스의 팔다리 기술을 도입한다면 루크 스카이워커의 로봇팔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계 인물로 머스크와 함께 회사를 세웠던 서동진 뉴럴링크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미 언론을 통해 회사 전망을 설명했다. 그는 "회사의 단기 목표는 일반적인 뇌 관련 인터페이스를 완성하여 신경 부문이 쇠약하고 의학적인 필요를 충족하지 못한 사람들이 몸의 주도권을 되찾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기 목표는 수십억명의 사람들에게 우리 기술을 제공하여 인간의 잠재력을 깨우고 생물학적인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미 언론에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뉴럴링크는 올해 11명의 환자에게 뇌 임플란트 시술을 진행할 계획이다. 뉴럴링크는 2025년과 2026년에 각각 27명, 79명에게 같은 시술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시술 규모는 2027년에는 499명, 2030년에는 2만2204명에 달할 전망이다.

사실 머스크는 보다 거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는 뉴럴링크 설립 직전인 2016년 6월에 한 IT 행사에서 "AI가 인간보다 똑똑해지면 인간이 판단권을 AI에게 뺏겨 결국 인간이 AI의 애완동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플란트같은 장치를 "인간의 뇌에 삽입해 두뇌를 강화하고 AI의 발전 속도를 따라간다면 AI에게 지배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로봇팔 게시글을 올린 날 다른 엑스 게시물에서 "뉴럴링크는 장기적으로 인간과 AI 및 인간 대 인간의 소통을 개선하여, AI가 인류 문명에 끼치는 위험을 줄이는 역할을 맡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적었다.

한편 머스크는 지난 2022년 3월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뉴럴링크의 기술을 이용하면 언젠가 사람들이 자신들의 기억을 가상공간에 저장하고 이를 자유롭게 불러올 수 있다고 낙관했다.
그는 인간의 영생에 대해 "기억과 성격 등 우리 스스로 특별하다고 믿는 것들을 보존하고 내려 받을 수 있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캐나다 서스캐처원주에 거주하는 뇌줄중 환자 앤 존슨(왼쪽)이 뇌파를 문자나 음성 등으로 변환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장치의 도움을 받아 화면 속 아바타를 거쳐 남편과 대화하고 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지난해 8월 24일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USCF) 의과대학 유튜브 갈무리).뉴스1
캐나다 서스캐처원주에 거주하는 뇌줄중 환자 앤 존슨(왼쪽)이 뇌파를 문자나 음성 등으로 변환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장치의 도움을 받아 화면 속 아바타를 거쳐 남편과 대화하고 있다.(지난해 8월 24일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USCF) 의과대학 유튜브 갈무리).뉴스1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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