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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율 20% 올리고 8000억 포기"...코인거래소 '제로 수수료' 어쩌나 [코인브리핑]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31 18:34

수정 2024.01.31 18:35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 로고. 연합뉴스 제공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 로고. 연합뉴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수수료 무료'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상자산거래소들이 고민에 빠졌다.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업계에 지각 변동을 불러있지만 수수료 수익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로 수수료' 했더니 거래량 5배↑
1월 31일 코인시황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의 하루 거래량은 9억8681만달러(1조3124억원)를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수수료를 받았던 지난해 10월 3일의 1억6916만달러(2249억원)와 비교하면 5배 이상 늘었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되기 직전이던 이달 8일에는 57억5717만달러(약 7조6570억원)까지 증가하기도 했다.

거래비중으로 봐도 성장세가 뚜렷하다.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 중 빗썸의 거래 비중은 이달 평균 35.68%에 이른다. 수수료를 무료화하기 전 3개월 평균(13.58%)보다 20%포인트 이상 높다. 지난 5~8일에는 4거래일 연속으로 업비트의 거래량을 넘었다. 이 기간 빗썸과 업비트의 거래량 차이는 하루 평균 10억5861만달러, 점유율 격차는 12.49%로 유의미한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빗썸이 쏘아올린 '제로(0) 수수료' 정책은 지각 변동을 몰고 왔다.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 중 업비트의 거래 비중은 지난해 7월 29일 94.90%를 기록할 만큼 압도적이다. 그러나 빗썸과 코빗이 수수료를 무료화하면서 빗썸의 점유율이 30%선으로 올라왔고, 코빗도 5%를 넘어 코인원과 3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 고팍스도 비트코인을 포함한 4개 코인의 수수료를 받지 않으면서 1년 전보다 거래비중이 2배 가까이 늘었다.

수수료 무료를 시행 중인 한 거래소 관계자는 "가장 큰 의미는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도 정책에 대한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전했다.

■"'제로 수수료' 끝나도 보상 경쟁 계속될 것"
수수료 무료에 따른 출혈 경쟁은 우려할 대목이다. 빗썸이 수수료를 무료화한 이후 4개월 동안 발생한 거래량은 1257억달러(약 167조2496억원)에 이른다. 직전 수수료(0.25%)를 적용해 예상수익을 단순 계산하면 6억2875만달러(약 8362억원)에 달한다. 점유율 20%를 높이기 위해 최대 8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포기한 셈이다. 업계에서 "(수수료 무료 정책을) 해도 고민, 안 해도 고민"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수수료를 무료로 하지 않은 거래소는 '우리 점유율은 어떻게 올리지' 하는 고민과 '수수료가 다시 생기면 점유율도 예전으로 돌아온다'는 생각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며 "수수료 무료 정책을 펴고 있는 거래소들도 출혈 경쟁에 따른 부담 때문에 눈치 싸움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거래소들의 분위기가 과거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는 업계의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무료가 아니어도, 지난해부터 거래소들은 코인 에어드랍(무상 지급), 거래량에 따른 리워드(보상), 등급제 운영 등 다양한 전략들을 구상하고 있다"며 "거래소별로 자금력이나 전략의 차이가 있어서 출혈 경쟁은 조만간 끝나겠지만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시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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