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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환경 규제, 값싼 우크라산 농산물에 유럽 농심 폭발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31 15:55

수정 2024.01.31 15:55

30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동쪽 조시니에서 농민들이 트랙터로 고속도로를 막고 시위하고 있다. 정부의 농업 정책에 반대하며 2주째 시위를 이어가는 프랑스 농민들이 파리 외곽을 트랙터로 포위하고 시위 강도를 높이고 있다. AP뉴시스
30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동쪽 조시니에서 농민들이 트랙터로 고속도로를 막고 시위하고 있다. 정부의 농업 정책에 반대하며 2주째 시위를 이어가는 프랑스 농민들이 파리 외곽을 트랙터로 포위하고 시위 강도를 높이고 있다. 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각종 규제 등으로 불만이 쌓인 유럽 농민들의 시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독일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 농가 시위는 프랑스를 거쳐 벨기에까지 확산됐다.
코로나19 대유행과 에너지 위기를 겪으면서 형편이 어려워진 유럽 농민들은 공해 배출을 줄인다며 자신들에게 부과되는 부담이 지나치다며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세다.

독일, 프랑스 이어 벨기에 농민도 시위

1월 30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농민들은 비용 부담과 줄어드는 이익,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유럽연합(EU)의 규제에 항의해 지난 18일부터 파리 주변 고속도로를 점거했다.

농민들은 세계 최대 농산물 도매시장인 렁지스 도매시장으로 연결되는 도로까지 점거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어 파리 시장과 식당들이 농산물을 조달 받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비료와 에너지, 기타 물자 가격이 상승하면서 이익마진이 줄어들고 있으며 유행성출혈병으로 가축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 농민단체들은 2월 1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EU 정상회의 이전까지는 고속도로 점거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AFP와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벨기에 농민들도 이날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고속도로와 도심 도로 위에 트랙터를 몰고 나와 길을 막고 EU의 환경정책과 각 종 규제, 급등하는 물가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 농민 시위로 벨기에 전국의 주요 고속도로와 간선도로가 봉쇄되면서 큰 교통혼잡이 이어졌다.

이에 앞서 독일에서는 농가 디젤유 보조금 폐지 여파로 1월 초 트랙터 약 10만대가 1주일동안 도로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독일 정부는 나중에 시간을 두고 실시할 것이라고 했으나 시위는 강도가 줄면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수도 베를린과 기타 대도시의 농민 시위에는 극우정당의 지원 아래로 수공예가들과 중소기업들도 동참하는 등 다른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환경 규제·농산물 수입 계획에 반발

EU 회원국 농민들은 EU의 환경 규제 정책과 농산물 수입 계획 등에 항의하며 생산 비용 상승에 대한 대책 등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EU가 생물 다양성 등을 위해 더 높은 환경 기준을 농민들에게 요구하면서 농산품 생산에 추가 비용이 든다며 이런 사정이 농산물 가격에 적절하게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벨기에 일반농업인연합(ABS)의 간부인 마크 볼프랑케는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몇 년 동안 정부에 경고했다"며 "농민들은 정말 절박하다"고 말했다.

FT는 EU 회원국 농민들이 자국과 EU의 규제에 대한 불만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산 값싼 농산물 수입을 반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U는 지난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EU는 수입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에 부과하던 관세를 폐지한 바 있다. 또 EU가 남미 4개국 공동시장인 메르코수르와 추진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농민들의 시위에 정치인들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 농가의 이익을 지킬 것이라며 EU의 농업 정책이 회원국들의 식량 주권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EU가 메르코수르와 FTA를 체결할 경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4개국로부터 항생제가 사용된 닭 등 유럽의 규격에 맞지 않는 농축산물 수입이 우려된다며 최종 서명을 하지 말 것을 EU 집행위에 요구했다.


알렉산더르 더 크로 벨기에 총리는 1월 30일 밤 브뤼셀에서 농민 노조 간부들과 만나서 이들의 요구를 유럽연합집행위원회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에게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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