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日군마현, 조선인 추도비 끝내 철거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01 16:41

수정 2024.02.01 16:41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시 '군마의 숲' 공원의 '조선인 강제동원 추도비'가 완전히 철거된 모습. 뉴스1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시 '군마의 숲' 공원의 '조선인 강제동원 추도비'가 완전히 철거된 모습. 뉴스1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 군마현 당국이 시민단체와 일부 언론의 반대에도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를 끝내 철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군마현 당국은 지난달 29일 다카사키(高崎)시 현립 공원 '군마의 숲'에 있던 추도비를 철거하는 공사에 착수해 전날 철거를 마쳤다.

아사히가 전날 헬리콥터를 띄워 군마의 숲 상공에서 촬영한 사진을 살펴보면 추도비가 있던 자리가 빈터로 변했다.

트럭과 중장비가 땅을 고르는 광경과 비석 토대 부분 등으로 추정되는 콘크리트 잔해가 쌓인 모습도 포착됐다. 잔해는 잘게 부서져 산산조각 난 형태였다.

조선인 추도비는 지름 7.2m인 원형 토대 위에 세워졌으며, 높이 4m인 금색 탑이 나란히 서 있었다.


일반 시민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한 가운데 철거 공사를 진행해 비문이 붙어 있던 콘크리트 구조물을 중장비로 허문 것으로 보인다.

조선인 추도비를 소유한 '추도비를 지키는 모임' 관계자는 철거 사진을 보고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양심이 갈기갈기 찢겼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그는 "추도비는 군마의 양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으로 돌아가신 분들을 추도하는 표석인데, 그것을 권력이 제거한다는 것이 용납되는가"라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오는 12일 군마의 숲이 개방되면 현장을 방문한 뒤 향후 활동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군마현 조선인 추도비는 일본 시민단체가 한반도와 일본 간 역사를 이해하고 양측 우호를 증진하기 위해 2004년 설치했다.

하지만 군마현 당국은 2012년 추도비 앞에서 열린 추도제에서 참가자가 '강제연행'을 언급했다는 점을 문제 삼아 설치 허가 갱신을 거부했고, 일본 최고재판소는 지자체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군마현은 시민단체가 조선인 추도비를 철거해 달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자 행정 대집행을 통해 철거를 강행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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