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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철도 포퓰리즘' 남발 말고 사업성 꼼꼼히 따져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01 18:34

수정 2024.02.01 18:34

여야, 철도 지하화 공약 동시 발표
재원 확보 방안 등 면밀히 검토하길
철도 지하화 공약을 발표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보도 육교위에서 지역주민과 경부선 관통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뉴스1화상
철도 지하화 공약을 발표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보도 육교위에서 지역주민과 경부선 관통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뉴스1화상
여야가 전국 도심의 철도를 지하화하겠다는 공약을 동시에 내놓았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전국 주요 도시의 철도를 지하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구도심 함께 성장' 공약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그다음 날 일반철도·도시철도·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의 도심 구간 지하화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도심지의 철도를 지하화하는 방안은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서울과 부산만 보더라도 철도가 도심지를 통과해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나왔다. 철도 주변의 구도심이 소음과 진동으로 개발이 어려워 슬럼화됐고, 해결방안은 지하화밖에 없다는 공통된 인식이 있었다.

실제로 서울을 보더라도 서울역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이어지는 철도 주변지역이 개발이 어려워 낙후돼 있는 게 사실이다. 또 서울에서 인천과 의정부로 연결되는 전철과 지하철 2호선 등의 지상구간도 도심 발전을 저해하는 장애물이 된다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는 구도심 발전을 방해하는 전국 대도시의 철도 지하화를 근본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 도시는 도시답게 발전적으로 변화해야 하고, 지역별로 고르게 개발되어야 한다. 철도 인근 주민들은 나쁜 생활환경에서 거주하면서 마음대로 재산권을 행사하지도 못하는 불이익을 받아왔다.

문제는 결국 재원이다. 여야 모두 지하화에 소요되는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도 않고 막연한 청사진만 내놓았다. 지상개발에서 나오는 수익, 즉 민자를 유치하겠다는 두루뭉술한 언급밖에 없다. 국가적 대사업을 추진하려면 먼저 충분한 검토작업이 선행돼야 하며 경제성과 사업성을 따지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도 반드시 거쳐야 함은 물론이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야는 거대한 교통인프라 구축에 관한 구상을 유난히 많이 내놓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GTX 확충만 해도 천문학적 재원이 필요한 사업이다. 여기에 전국 도심 철도의 지하화까지 더하면 수백조원의 예산이 드는 어마어마한 프로젝트가 된다.

쏟아지는 선심성 교통공약, 재원을 고려하지 않은 '철도 포퓰리즘'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우리는 지금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넘어섰고, 세수가 줄어드는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지 않은가.

여야가 의기투합하면 여론의 힘으로도 막아내기 어렵다. 최근 여야는 정쟁을 벌이는 와중에도 경제성이 떨어지는 '달빛철도' 건설 특별법을 한마음이 되어 통과시켰다. 사회간접자본은 국가발전을 위해 건설할 필요가 있지만, 활용도를 고려하지 않고 완공해 놓으면 그 순간부터 없애기도 어려워 애물단지가 된다. 지어 놓고도 비행기를 띄우지 않는 지방공항들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도심 철도 개발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추진하더라도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운 다음 착수해야 뒤탈이 없을 것이다. 민자를 유치한다지만 예상하는 만큼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국비를 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어느 사업이라도 앞뒤를 잘 따져야지 덮어놓고 시작했다가 난관에 부딪히기 십상이다. 여야가 공히 내놓은 공약이라 선거가 끝나면 사업이 개시될 공산이 크다.
철도 주변 거주자들은 박수를 치고 환영하겠지만 투기 바람 등의 부작용도 미리 차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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