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필수·지역의료 파격 지원, 의대 대폭 증원도 신속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01 18:34

수정 2024.02.01 18:34

의료수가 인상 등에 10조 투입 발표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할 명분 없어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충북 청주시 충북대 개신문화관에서 열린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충북 청주시 충북대 개신문화관에서 열린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정부가 1일 의료개혁을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필수·지역 의료 강화를 위한 '4대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10조원 이상을 투입해 필수의료 수가를 집중적으로 인상하고 각종 혜택을 지원하면서 일정기간 지역근무를 의무화하는 지역필수의사제 도입이 핵심 내용이다. 의료사고에 대한 공소 제기를 면제해주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추진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무너진 필수·지역 의료 현장을 하루빨리 정상화하는 것은 국가적 과제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토론회에서 "지금은 의료개혁을 추진할 골든타임"이라며 "의료개혁이 일부 반대나 저항 때문에 후퇴한다면 국가의 본질적인 역할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했는데 백번 맞는 말이다. 의료 현장엔 미용·성형 분야 의사들은 차고 넘치지만 생과 사를 가르는 응급실에선 의사 기근에 허덕인다. 저출산 직격탄을 맞은 소아과, 산부인과도 마찬가지다.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을 경험한 많은 이들이 의료개혁 필요성을 절감했다.

의사들의 서울, 수도권 쏠림이 가져온 폐해도 심각하다. 기가 막히는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지방의료원은 신장내과 의사를 구하지 못해 투석실을 폐쇄하는 일도 있었다. 더 나은 의사와 병원을 찾아 서울로 몰려드는 지방 환자들이 지금도 많다. 수도권처럼 안락한 생활이 보장되지 않은 지역에서 사명감만으로 의사를 붙잡을 순 없는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필수·지역 의료를 살리는 일은 의대 정원 확대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 낙수효과를 보려면 필수·지역 의료계의 환경을 먼저 개선해 놓아야 한다. 필수·지역 의료인력에 대한 보상과 법적 보호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뜻이다. 필수의료가 취약한 지역에는 더 높은 수가를 적용하는 지역수가제를 도입하고, 필수의료에 특화한 2차 병원을 대상으로 혁신형수가제를 도입하겠다고 정부가 밝힌 것도 그런 차원이다.

정부는 전공의 처우를 대폭 개선하고, 의료기관을 전문의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대책도 내놓았다. 퇴직교수 등이 여러 의료기관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권역의사 인력뱅크도 운영할 것이라고 한다. 아직 정교하게 다듬지 않은 내용도 있고, 논란을 부를 정책도 없지 않다. 의료인 사법리스크 부담은 줄일 필요가 있지만 세부안은 더 심도 있는 검토가 요구된다.

의료개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생명이 걸린 시대적 과제다. 의료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선 의료계의 전향적 태도가 절실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2035년이면 국내에서 부족한 의사 수가 1만5000명에 이른다.
이에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이런 마당에 명분도 없이 무조건 반대만 외치는 의사단체에 동조할 국민은 없다.
정부는 "이번에 실패하면 대한민국은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제 성과를 내야 할 마지막 시간이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