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죽기엔 너무 억울하다"... 6년째 의대 도전 ‘과고 출신’ 배달기사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02 05:21

수정 2024.02.02 05:21

여섯번째 수능에 도전하는 정순수 씨. /유튜브 영상 캡처
여섯번째 수능에 도전하는 정순수 씨. /유튜브 영상 캡처

[파이낸셜뉴스] 과학고등학교에 진학할 정도로 수재였던 20대 남성이 가난 때문에 왕따를 당하고 재수 중 급성 패혈증까지 겪은 안타까운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1월 31일 유튜브 채널 '미미미누'에는 헬스터디 시즌2에 합류하는 합격자 정순수씨(25)의 사연을 공개했다.

헬스터디는 '미미미누' 측이 2025학년도 수능까지 모든 교재와 대면 강의를 지원하고 목표 대학 합격 시 첫 학기 등록금을 전액 지원해 주는 콘텐츠다.

정씨는 중학생 시절 전교 1등을 하는 등 성적이 우수해 과학고에 진학했다고 한다. 하지만 교내에 가난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교 폭력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친구 세 명이 제 노트북을 뒤지다가 자기소개서를 봤는지 우리 집안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걸 다른 애들한테 까발리겠다고 했다.
그땐 들키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너무 무서웠다. 꾹 참고 학교에 다녔다"고 말했다.

또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아버지가 과학고 입학 선물로 사준 노트북을 친구가 밟아서 부순 적도 있었다. 대학생이 되면 과외를 해서 노트북값을 갚겠다고 했던 친구는 결국 잠적했다고 한다.

사진=유튜브 미미미누 캡처
사진=유튜브 미미미누 캡처

아울러 재수하게 된 정씨는 인터넷 강의를 듣기 위한 노트북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는 "하루 12시간씩 배달 일하다가 아스팔트에 팔이 갈리는 사고가 났는데 병원비가 아까워 혼자 연고 바르고 치료했다. 며칠 뒤 급성 패혈증으로 죽을 뻔했다"며 "너무 억울했다. '노트북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돼야 하나?' 싶었다. 많이 비참했고 가난하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정씨 아버지마저 치매에 걸리게 됐다. 이에 앞서 어머니는 조울증으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형편은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정씨는 "아빠가 살도 40㎏까지 빠지고 그랬다. 너무 암울해서 딱 죽으려고 했다. 그때가 제 생일이었다"며 "그냥 죽기가 너무 억울했다. 학교폭력 당한 것도 제 잘못 아니고, 부모님 아픈 것도 제 잘못 아니지 않냐"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정씨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택배 상·하차 일을 하면서 지난 5년간 계속 수능을 봤지만 성적은 좋지 않았다. 그러던 중 헬스터디모집글을 보자고 ‘신이 나를 버리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했다.


이어 "의사가 돼서 엄마, 아빠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장기적으로는 나같이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자는 결심으로 의대에 지망하게 됐다"며 "동정이나 연민 말고 응원이나 격려를 보내달라"고 덧붙였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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