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뇌출혈로 쓰러진 아내 두고 테니스 치러간 남편, 이유가 "엮이기 싫어 그랬다"

김수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02 14:54

수정 2024.02.02 14:54

사진은 기사 본문과 무관함/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 본문과 무관함/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뇌출혈로 쓰러진 아내를 집에 두고 외출한 6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2일 인천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일희 부장검사)는 유기 혐의로 경찰에서 송치된 A씨(63)의 죄명을 유기치상으로 변경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9일 오후 6시12분께 인천 강화군 소재의 자택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50대 아내 B씨를 방치해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테니스를 치러 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으러 집에 들렀던 A씨는 쓰러진 아내를 목격했다. B씨는 외상성 경막하 출혈(뇌출혈)로 화장실 바닥에 쓰러진 채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A씨는 사진을 찍어 의붓딸에게 보낸 뒤 별다른 구호조치 없이 곧바로 외출했다.

B씨는 딸의 신고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이에 경찰은 지난해 7월 A씨에게 유기치상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B씨의 머리 부상과 관련한 의학적 검증이 필요하다며 반려했다.

이후 경찰은 2개월 동안 보완 수사를 하면서 유기치상에서 유기로 혐의를 변경해 A씨의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은 해당 사건을 유기 혐의로 넘겨받은 뒤 의료 감정 등 보완 수사에 나섰다. 그 결과 A씨가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집을 떠나 B씨 치료가 지체되면서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고 판단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예전에도 가정폭력으로 신고된 적이 있고, 아내하고 그런 일로 더 엮이기 싫어서 그냥 뒀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 A씨는 과거 3차례 가정폭력 사건으로 경찰에 형사 입건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의사를 밝혀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보완 수사를 통해 B씨가 병원 이송 직전까지 계속 뇌출혈 증상을 보였다"면서 "A씨의 유기 행위로 치료가 늦어진 사실이 피해자의 의식불명 상태에 영향이 미쳤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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