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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중처법' 유예 내팽개친 野, 최후의 기회는 남았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02 15:19

수정 2024.02.02 15:50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앞에서 정의당과 노동계 관계자들이 회의장으로 향하는 의원들을 향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본회의 전 의원총회를 열고 국민의힘이 제시한 중처법 최종 협상안을 거부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앞에서 정의당과 노동계 관계자들이 회의장으로 향하는 의원들을 향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본회의 전 의원총회를 열고 국민의힘이 제시한 중처법 최종 협상안을 거부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상시근로자 5~49명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가 또다시 무산됐다. 지난 1일 정부·여당이 제안한 '2년 유예, 산업안전보건청(산안청) 2년 후 설립' 타협안을 더불어민주당이 거부한 것이다.
1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였던 이날 유예안은 결국 상정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절충안마저 내버리고 민생 현장을 외면했다"며 야당을 비난했고, 민주당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1일 오전까지만 해도 산안청 설치를 전제로 여야의 극적 타결 가능성이 점쳐졌다. 그러나 야당 강경파가 '노동자 생명'을 명분 삼아 강하게 반발, 끝내 무산됐다. 야당은 자신들이 요구한 산안청 설립과 예산 확대 조건을 담은 절충안마저 내팽개침으로써 협치에 대한 국민들의 마지막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다.

지난 2022년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된 지 2일로 7일째다. 사망 사고 등 중대 산업 재해가 발생하면 안전·보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게 골자다. 5~49명이 상시 근로하는 전국 83만7000여곳이 대상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는 나무랄 데 없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법이 전면 시행됐으나 영세 사업주 상당수가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안전·예방 조치 등 법이 요구하는 구체적 수준의 준비도 덜 됐다. 사업장의 혼란과 부작용도 현실적으로 외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처럼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법 수용성이 떨어지면 법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 물론 산업현장에서 반복되는 근로자 사망사고 등 안전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사업주 처벌을 앞세운다고 사고가 줄어들지도 않는다는 것은 50인 이상의 사업장을 상대로 시행해 본 결과에서 나타났다.

사업주와 근로자의 입장을 함께 고려하면서 절충안을 찾는 게 국회가 할 일이다. 법 탓, 안전보건 예산 삭감 탓만 해온 정부도 할 말이 없다. 야당이 이렇게 강경하게 나올지는 예상하지 못하고 낙관으로 일관한 것은 아닌가.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시행이 예정된 상황에서 지난 2년간 사업장의 안전교육, 안전 컨설팅 지원 등의 대응 조치를 충분히 했는지도 의심스럽다.

거대 야당의 일관성 없는 기조도 실망스럽다. 유예 카드로 민주당이 요구한 산안청 설치와 감독 권한 축소는 집권당 시절인 3년 전 논란 끝에 고용노동부내 산업안전보건본부로 일단락 지은 것인데 다시 들고나왔다. 결국은 노동자를 위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반대를 위한 반대를 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번으로 끝은 아니다. 여야는 유예를 놓고 논의를 지속해야 한다. 쟁점인 불합리한 법조항을 포함해 산안청의 권한·책임에 관해 합리적인 조정을 시도하기 바란다. 유예 기간을 2년 이내로 정할 수도 있다. 오는 19일부터 2월 임시국회가 열린다. 대승적 합의를 위한 최후의 기회는 남아 있다.

"2년 전 한 차례 유예했는데 정부가 지금껏 준비한 게 없다"는 지적을 여당과 정부도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야당의 주장대로 산안청 설립이 전부도 아니고 처벌이 능사도 아니다. 전담 관청을 만들든 만들지 않든 사고를 줄이는 획기적 대책을 원점부터 여야 공히 고민할 필요도 있다.

매년 근로자 사망 사고의 절반 가까이가 영세·중소사업장에서 발생한다. 고용부 장관이 최근 부산 기장군의 한 영세사업장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 현장을 뒤늦게 찾았는데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안전 취약 사업장 전수 조사와 안전관리 인프라 구축, 지원에 속도를 더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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