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아파트 특별공급 취지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무주택자의 주택마련을 돕기 위해서다. 청약홈 자료를 보면 현재 운용되고 있는 특공은 기관추천, 신혼부부, 다자녀, 노부모 부양, 생애최초, 청년, 이전기관 종사자, 외국인 등 8개 유형이다. 여기에 오는 3월부터는 신생아특공도 새롭게 도입될 예정이다.
특공 유형별로 대상 주택과 기준 등이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가격 제한은 없다. 예전에는 규제지역의 경우 분양가 9억원 이하만 가능했으나 현재는 사라졌다.
9억 기준 폐지...신혼·생애최초는 소득·면적 제한
특공 유형별로 보면 가격 기준이 폐지되면서 현재는 소득·자산, 면적(전용 85㎡ 이하) 기준 등이 남아있다. 신혼부부와 생애최초의 경우 소득·자산 기준도 충족해야 하고, 공급되는 주택도 전용 85㎡ 이하여야 한다. 반면 다자녀와 노부모 등의 특공은 소득 및 면적 기준이 없다. 전용 85㎡ 초과도 가능하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10억원 가량 시세차익이 가능한 서울 서초구 ‘메이플자이’의 경우 가격이 3.3㎡당 6700만원에 이른다. 최고 분양가격이 전용 43㎡ 12억4300만원, 전용 49㎡ 15억3000만원, 전용 59㎡ 17억4200만원에 달하지만 특공 물량으로 81가구가 배정됐다. 특공 가격 기준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특공 81가구 중에서는 자산과 소득 기준이 적용되는 신혼부부 29가구, 생애최초 15가구도 포함됐다. 신혼부부와 생애최초의 소득·자산 기준을 고려해 볼 때 메이플자이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사람은 ‘소득은 낮지만 수억원을 가진 현금부자’여야 한다. 사실상 증여 등 ‘엄빠 찬스’가 필수다.
한 예비 청약자는 “부자 부모의 도움으로 전셋집에 살다가 소득이 적다는 이유로 아파트 특공에 당첨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소득 기준을 맞춘 사람이 분양가를 마련할 수 있냐”라고 말했다.
역대 최고 분양가격으로 화제를 모은 서울 광진구 광장동 ‘포제스 한강’ 전용 84㎡도 특별공급으로 공급됐다. 해당 평형 가격이 최고 44억원에 이른다. 결국 특별공급 대상자 가운데 ‘금수저’가 청약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공급물량 절반 특공...공공주택은 90%
민영주택 기준으로 유형별 특별공급 비중을 보면 다자녀 10%, 기관추천 10%, 노부모 3%, 신혼부부 18%, 생애최초 9% 등이다. 일반분양 물량의 절반 가량이 특별공급으로 우선 분양되는 셈이다.
공공주택의 경우 특별공급 비중이 더 높다. 100가구 기준으로 하면 최소 70가구, 최대 90가구가 특별공급으로 분양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권마다 정책적 목적으로 특공을 새롭게 신설하거나 공급 비중을 높여 왔다”며 “민영주택도 어느새 절반이 특공물량으로 배정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공 분양가 9억원 기준 폐지는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분양가격이 오르면서 강남 등 인기 지역에서 특공 대상이 사라지자 정부가 가격 기준을 없앤 것이다. 가격 기준 폐지로 특별공급 물량은 늘었지만 ‘금수저·황제 특공’ 논란이 새롭게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특공 소득 및 자산 기준을 더 넓히거나 폐지해 더 많은 사람들이 청약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소득 및 자산기준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결국 소수 금수저가 혜택을 볼 가능성이 크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문호를 넓히면 정책적으로 배려를 받아야 할 계층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결과를 낳는다. 현행 특공 제도 하에서는 해답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 청약 전문가는 “특공 제도가 양날의 검이 된 것 같다”며 “특공 간의 문제도 문제지만, 특공 물량이 늘어나면서 일반 분양물량이 줄어드는 역효과도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책적 배려가 청약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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