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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확신이 필요한 한은… 금리 내린다면 7월 이후에나 [글로벌 금리인하 '신중론']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04 18:28

수정 2024.02.04 18:28

美 조기인하 기대 차단 했지만
수개월 내 통화정책 전환 유력
한은 7월 금리 인하 기대감 여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영국은행(BOE) 등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금리인하 시점이 미뤄지고 있다. 금리인상의 주요인이던 물가가 잡히고 있지만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앙은행들의 분석이다. 한국은행 역시 세계 주요 중앙은행의 판단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금리인하는 필요, 시기는 미뤄져

3일(현지시간) BBC방송과 비즈니스인사이더(BI) 등 외신에 따르면 연준에 이어 영국 중앙은행인 BOE도 기존 5.25%의 금리를 동결했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지난 수개월 동안 물가상승(인플레이션) 관련 좋은 소식이 있었다"면서 "물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물가가 통제되고 있다는 뚜렷한 증거 또한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 인하까지 아직 몇 개월은 더 필요하다고 시사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영국 담당 이코노미스트 폴 데일스는 "앞으로 영국 인플레이션 하락 속도가 빨라지면서 수개월 내 BOE의 통화정책에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6월 금리인하가 여전히 가능하며, 2025년 말이면 금리가 3%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전략가들은 연준이 지난 1일 끝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매파적' 모습을 보인 것에 금리가 이르면 6월에 내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BoA는 비록 늦지만 올해 후반에 금리인하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략가들은 연구노트에서 파월 의장의 발언에 놀랐으며 "1월 FOMC 회의 결과를 볼 때 6월에 금리 0.25%p 인하로 시작해 9월과 12월에도 각각 같은 폭만큼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견조한 미국 고용시장

미국의 1월 신규고용이 시장 예상보다 큰 폭으로 증가하며 하반기 첫 금리인하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국 노동부가 2일 공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은 35만3000명에 달했다. 지난해 12월의 21만6000명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시장의 예상도 압도했다. CNBC에 따르면 다우존스 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1월 신규고용이 12월 증가폭을 밑도는 18만5000명에 그친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실업률은 시장 예상치 3.8%를 밑돌았다. 12월과 같은 3.7%를 기록했다.

글래스도어 대니얼 자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1월 고용동향에서는 고용 증가세가 산업 전반에 골고루 퍼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는 미국 노동시장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 최후의 요인으로 남은 노동시장이 여전히 탄탄한 흐름을 지속하고, 그 여파로 임금상승률 역시 지난해 11월 저점을 찍고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는 점이 이번에 확인됨에 따라 연준의 금리인하 시기를 점치기가 더 어려워졌다.

키프라이빗뱅크 조지 마테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탄탄한 신규고용이 예상보다 가파른 임금인상과 결합됐다"면서 "이는 올해 금리인하가 더 늦어지고, 일부 시장 참가자의 대응에도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 "세계 주요은행 보고 결정"

한국은행은 다른 주요 중앙은행들의 결정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초 "미국, 유럽 등 국가들이 (금리를) 빨리 내린다고 해서 우리가 빨리 내릴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금융통화위원들도 긴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11일 열린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통위원들은 섣부른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경계하며 "물가가 2%에 안착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무리한 피벗으로 물가안정기 진입이 무산되는 '라스트 마일(last mile)' 리스크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 한은은 '물가안정기로의 전환사례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미국(1973년), 프랑스(1974년) 등의 예를 들며 "역사적으로 물가안정기로의 진입에 실패한 사례를 보면 고물가 시기의 라스트 마일에 대한 부주의에 기인한 경우가 다수"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은의 신중론에도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인하를 2·4분기에 확인할 경우 하반기에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의 피벗을 확인한 한국은행 입장에서 최근 둔화하는 물가가 3·4분기에 안정구간에 진입할 경우 긴축 강도를 풀어줄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관건은 물가가 얼마나 빠르게 안정되고 내수부진이 어느 강도로 이어지느냐"라며 "2·4분기와 3·4분기 경기를 봐야겠으나 이르면 7월에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컨센서스가 모이고 있다"고 전망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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