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삶은 고사리'를 '데친 고사리'로 수입…"부가세 면제 안돼"

서민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05 08:39

수정 2024.02.05 08:39

"1차 가공만 거친 제품이라 볼 수 없어…부가세 부과 처분 정당"
서울세관 전경/사진=관세청
서울세관 전경/사진=관세청
[파이낸셜뉴스] 똑같은 농산물을 수입하더라도 가공 상태에 따라 부가가치세 면제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A씨가 서울세관장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등 부과처분 무효확인 청구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중국으로부터 농산물을 수입해 이를 판매하는 업자로, 지난 2014년 2월~2015년 1월 고사리 1289t을 수입했다. 해당 물품을 '데친 고사리'로 등록해 관세율 20%, 부가가치세 면세로 수입 신고했다.

서울세관은 A씨가 들여온 물품이 '데친 고사리'가 아니라 '삶은 고사리'라는 점, 1kg 또는 2kg 봉투에 포장돼 수입된 후 포장 그대로 소매 판매되고 있다는 점 등에 비춰 부가가치세 면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부가가치세와 가산세를 합쳐 총 2억6900여만원을 경정·고지했다.


부가가치세법상 가공되지 않은 식료품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물품 수입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를 면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데친 채소류 등 단순가공식료품의 경우 운반 편의를 위해 포장한 경우에 대해서만 면세가 적용되는 미가공식료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A씨는 처분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지만, 청구 기간을 경과했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이 내려졌다. 이후 서울세관에 가산세에 대한 면제 신청을 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관계법령상 '데친 고사리'와 '삶은 고사리'를 구별하는 특별한 기준이 없으므로 판단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소매용 판매를 위해서가 아닌, 운송의 편의를 위해 물품을 포장한 것이라고도 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수입물품은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부가가치세, 가산세 부과처분에 원고 주장과 같은 중대·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수입물품의 제조공정, 중앙관세분석소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해당 고사리는 60~80도 온도의 물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상당 시간 가열한 뒤 용액에 보존·살균 처리된 제품"이라며 "단순한 건조·냉동·염장·포장 등 원생산물 본래의 성질이 변하지 않은 정도의 1차 가공만 거친 제품이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포장 그대로 소비자에게 판매됐으므로 운반 편의를 위해 일시적으로 포장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해보면, 원고의 수입물품은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음이 분명하다"고 부연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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