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밤 8시까지 아이 돌보는 늘봄학교…교사 등 현장 반발 '과제' 여전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05 13:28

수정 2024.02.05 15:09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5일 경기도 하남 신우초등학교에서 '따뜻한 돌봄과 교육이 있는 늘봄학교' 주제로 열린 아홉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늘봄학교의 필요성·개념·지향점과 올해 늘봄학교 추진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시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5일 경기도 하남 신우초등학교에서 '따뜻한 돌봄과 교육이 있는 늘봄학교' 주제로 열린 아홉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늘봄학교의 필요성·개념·지향점과 올해 늘봄학교 추진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오는 2학기부터 전국 초등학교에서 실시되는 늘봄학교와 관련한 교육 현장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교사, 지방직 공무원, 교육 공무직 등 늘봄학교 업무와 관련된 모든 교육계 구성원이 각자의 이유를 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늘봄학교는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추진을 밀어붙일 정도로 현 정부에게 중요한 사업이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아이 맡길 데가 없던 학부모들의 기대감도 크다.
늘봄학교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선 교육 현장의 불만 해소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돌봄·교육 국가가 책임"…학부모 환영
정부는 5일 경기도 하남시 신우초등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민생토론회를 열고 '2024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지난 선거 때부터 돌봄과 교육만큼은 국가가 확실하게 책임지겠다고 약속을 드렸다"며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기고 마음껏 경제, 사회 활동을 하려면 학교 돌봄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늘봄학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희망하는 학생이 학교에서 돌봄과 방과 후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올해 1학기에는 초등학교 2000여곳에서 실시하고 2학기부터는 전국 초등학교로 확대된다. 초등학교 1학년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매일 2시간씩 놀이 중심의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한다. 내년부터는 신청 대상도 초등학교 2학년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학부모 사이에서 늘봄학교는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비싼 돈을 들여 학원에 아이를 맡겨야 하는 '학원뺑뺑이'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육부가 지난달 1~8일, 올해 초등학교 1학년 입학예정 학생의 학부모 5만26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늘봄학교 이용을 원한다는 응답자는 83.6%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학부모 박태양씨는 "아이 넷을 키우는데 양가 부모님이 멀리 계셔서 도움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올해는 막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서 늘봄학교에 참여하게 됐다. 아이가 학교 안에서 안전하게 머물러서 안심이 되고, 걱정 없이 일할 수 있게 돼서 좋다"고 전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후문 앞에서 열린 늘봄학교 계획 관련 현장교사 긴급 설문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후문 앞에서 열린 늘봄학교 계획 관련 현장교사 긴급 설문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교사·공무원·교육공무직 모두 '불만'
교육부는 교사들의 행정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1학기에 기간제교원 2250명을 늘봄 업무에 배치할 예정이다. 2학기부터는 학교에 늘봄지원실을 설치하고 늘봄학교 관련 행정업무를 전담하는 실무직원도 배치한다. 늘봄학교 행정업무를 맡을 실무직원은 공무원, 공무직, 퇴직교원 등으로 구성, 6000여명 규모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장 교사, 지방직 공무원, 교육공무직 그 어느 쪽도 온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교사들은 늘봄업무를 직접 맡지 않는다 해도 학생이 학교에 머무는 이상 업무량 증가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당장 2학기까지 늘봄학교 관련 인력을 뽑지 못할 경우 사실상 반강제로 교사가 해당 업무를 떠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한 초등학교 교사는 "충분히 준비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날짜만 정해놓고 무작정 아이를 학교에 남기면 누구든 손이 가게 되어있다"라며 "늘봄 전담 조직이 생긴다고 해도 교사들이 마음 편히 퇴근할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학생들이 늘봄학교에 있는 동안 발생하게 될 각종 안전사고와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관리 및 책임의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라며 "담임교사가 사안처리를 떠맡게 된다면 늘봄학교를 교원과 분리해서 별도로 운영한다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학교에 설치될 늘봄지원실을 총괄해야 하는 지방직 공무원과 교사에게 분리된 늘봄학교 업무를 맡아야 하는 교육 공무직도 불만을 쏟아내는 건 마찬가지다. 이날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은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늘봄학교 계획을 재검토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도교육청공무원노조는 "늘봄학교 행정업무를 교원에게서 분리시키고, 늘봄지원실 전담체제를 지방공무원에게 전가하겠다는 교육부의 현실성 없는 정책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지방공무원은 부족한 인력으로 업무증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육부는 지방공무원 인력 확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박성식 정책국장은 "늘봄학교 도입 과정에서 교사는 빠지고 교육공무직의 책임만 커지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정부는 교육 공무직의 처우개선에 대해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늘봄학교가 확대되는 과도기에서 혼란이 커지고 교육공무직만 고생하지 않을 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한편,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돌봄전담사와 방과후강사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오는 6일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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