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재용 '경영 족쇄' 벗었다..'부당합병-회계부정' 모두 무죄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05 16:48

수정 2024.02.05 16:48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 대해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3년 5개월간 이어진 사법리스크가 일단락된 셈이다.

검찰의 항소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재계에서는 7년간 멈춰있던 삼성전자의 대형 인수합병(M&A)과 미래 먹거리 발굴 등 뉴삼성 전략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의 선고공판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이 2020년 9월 기소된 지 3년 5개월 만이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시장에서 오래전부터 예상하고 전망하던 시나리오 중 하나"라며 "미전실도 지배구조 개편 관점에서 다른 여러 방안들과 아울러 합병을 검토한 사실은 있으나, 전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하기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합병의 주된 목적이 이 회장의 경영권 강화 및 삼성그룹 승계에만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합리적인 사업상 목적이 존재했고, 삼성물산 및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된 측면이 있다"며 "합리적 사업상 목적이 있는 이상 지배력 강화 목적이 수반됐다 하더라도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난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합병 과정에서 고의적으로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는 작업을 한 것으로 의심했다.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분식회계 혐의도 있다. 검찰은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이었다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회사 가치를 4조5000억원가량 부풀린 것으로 봤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심과 대법원 상고심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재계에선 이 회장이 경영 활동에 매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9년째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삼성은 성장동력 발굴이 부진했다는 시선을 받아왔다.

특히 이번 무죄 판결로 사법 리스크 일부가 해소된 만큼 대형 M&A를 포함한 대규모 투자 전략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이 2017년 진두지휘한 전장·오디오 기업 하만을 80억달러(당시 9조3760억원)에 인수한 이후 7년간 의미있는 M&A를 성사시키지 못했다.

이 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난 직후인 2021년 8월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초대형 투자 계획을 발표한 점 등을 감안하면 조만간 대형 투자 계획이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때 120조원을 웃돌던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최근 실적 부진과 투자 확대로 소폭 줄어들긴 했으나, 여전히 지난해 3·4분기 말 기준 93조1000억원에 달한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가 살아나고는 있지만 글로벌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 회장의 경영 행보가 더욱 중요해졌다"며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과 등기임원 복귀 등도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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