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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주주 손해 전제한 것 아냐" [이재용 '불법승계 혐의' 1심 무죄]

배한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05 18:15

수정 2024.02.05 18:15

삼바 분식회계 혐의 놓고도 "고의성 단정 어려워" 무죄 판단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불법적으로 계열사를 합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1심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번 재판에서 검찰과 이 회장 측이 다툰 쟁점은 크게 2가지다. 이 회장이 합병 과정에서 미래전략실과 공모해 의도적으로 제일모직 주가를 띄웠는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을 사후 합리화하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높이는 분식회계를 저질렀는지 여부다. 검찰과 삼성 양측은 3년5개월을 다퉈왔다.

■"삼성물산 주주 손해 전제 아냐"

법원은 이 회장의 승계작업이 삼성물산과 주주들의 손해를 전제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삼성물산과 주주들에게 불리한 합병을 실행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증대 기회 상실 등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고 본 반면, 법원은 미래전략실이 지배구조 개편 관점에서 여러 방안을 검토했고 그중 하나를 추진한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최소 비용 승계는 검사의 주장과 달리 이 사건 합병은 오래전부터 시장에서 예상하고 전망했다"며 "미래전략실도 지배구조 개편 관점에서 다른 여러 방향들과 아울러 모집 검토한 사실이 있고, 그중 실행되지 않은 것도 많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두 회사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유일한 목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앞서 이 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을 만들어내기 위해 △허위정보 유포 △중요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로비 △계열사 삼성증권 조직 동원 △자사주 집중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이 이뤄졌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이 약탈적 불법승계 계획안이라고 주장한 '프로젝트-G' 문건에 대해 "기업집단 차원에서 계열사 지배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거나 효율적인 사업 조정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업무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삼바 분식회계 고의성 단정 어려워"

법원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서도 고의성을 단정짓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했던 상황 등을 고려하면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을 반드시 공시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인들에게 분식회계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합병 뒤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자회사에서 관계사로 변경한 것이 에피스 지분가치를 늘리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인 김유진 김앤장 변호사는 선고 이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고 생각한다"며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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