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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천의 머니&아트] 최영림 ‘무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05 18:54

수정 2024.02.05 18:54

향토적 화풍에 담은 ‘한국적 미감’
[손이천의 머니&아트] 최영림 ‘무제’
이중섭과 같은 해(1916년), 같은 지역(평양)에서 태어난 최영림(1916~1985)은 이중섭과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다. 1931년 평양 광성고등보통학교 미술반에서 처음으로 미술 교육을 받기 시작한 최영림은 후에 동료 화가가 된 황유엽, 장리석과 함께 공부했다.

최영림은 1935년 조선미술전람회를 통해 화단에 등단한 후 네 차례나 입선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1938년 일본 유학을 떠났지만 화가가 되는 것을 반대한 아버지의 뜻을 이기지 못해 1940년 귀국했고, 1950년 6·25전쟁으로 마산으로 월남했는데, 이후 가족을 다시 만나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았다.

초기에는 아카데믹한 화풍의 풍경화를 주로 그리다가 나중에 인물화로 전환했는데 전쟁 이전의 작품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피난지인 마산에서 작업했던 1950년대는 '흑색 시기'로 불리는데, 이 시기 작업은 거칠고 어두운 색이 특징으로 표현주의적 경향이 짙었다.


1960년대 초기는 '황토색 시대'로 명명되는데 이때는 실제로 직접 흙, 모래, 황토가루로 작업을 했기에 벽화 느낌도 나고, 황토색을 띄기도 했다. 그 바탕 위에 나체의 여성을 주로 그렸는데, 동글동글하고 복스러운 느낌이 주를 이뤘다. 그의 작품 속 여인들은 북에 있어 만나지 못하는 어머니와 딸들 그리고 아내로, 그리움과 아련함의 대상이다.

이에 더해 그의 그림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전쟁, 이로 인한 이산가족 같은 아픔이 가득하다. 1960년대 이후 정서적으로 안정된 작가는 향토적 정감이 그득 담긴 독특한 조형법을 완성했다.
이 시기에 작가는 민담이나 설화를 주제로 한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이런 작품들에는 소박하고 따뜻한 토속적 정취가 물씬 풍길 뿐 아니라 친근한 한국적 미감도 담겨 있는 경우가 많았다.

최영림은 광복 후 국전에서 문교부장관상을 수상하고, 국전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케이옥션 2024년 프리미엄 온라인 경매에 출품된 최영림의 1972년작 '무제(사진)'의 추정가는 800만~1000만원이다.

케이옥션 수석경매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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