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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계현 '디지털 전환 특명'…삼성 반도체, 임원 평가방식 바꿨다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06 17:20

수정 2024.02.06 18:00

임원 평가에 디지털 전환 항목 추가
사업팀 단위로 'DX에이전트' 운영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장(사장). 삼성전자 제공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장(사장). 삼성전자 제공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이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임원 평가방식을 개편했다. 업무 과정에서 디지털 전환(DX)의 성과를 낸 임원은 인사 평가에 가점을 받는다. 사내 '디지털 조직문화'를 심어 업무 효율과 생산성을 높이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임원 평가에 DX 반영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목표관리(MBO) 방식의 임원 평가에 '디지털 전환' 항목을 추가해 시행하고 있다. 각 사업팀이 내는 디지털 전환 성과에 따라 담당 임원들의 평가가 달라진다.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전환은 'DX에이전트'가 주도적으로 맡는다. 삼성전자 DS부문은 개별 사업팀 단위로 DX에이전트를 한 명씩 두고 있다.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기술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도입된 제도다. DX에이전트는 파이썬 등 프로그래밍 언어를 기반으로 업무의 디지털 혁신을 이끄는 '길잡이' 역할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주요 이메일은 팀원들에게 자동으로 전송되도록 프로그래밍 하는 것 등이 업무상 DX 사례가 될 수 있다.

이번 평가방식 개편은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의 지시로 진행됐다. 경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임직원들에게 디지털 시대에 맞는 업무 혁신을 주문해왔다. 경 사장은 올해 목표로 디지털 전환을 꼽는 등 일하는 방식과 조직 문화 쇄신을 주도하고 있다. 실제 DS부문은 지난해 말 사내 성과 공유회를 열어 임직원들에게 디지털 전환의 주요 결과물을 소개했다. DX에이전트의 프로그래밍 역량 향상을 지원하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코딩 교육과정도 운영 중이다.

경 사장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는 것은 급변하는 대외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경 사장은 지난 1월 15일과 1월 24일 보름간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며 AI 시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디지털 중심 조직 문화 혁신
삼성전자는 생성형 AI를 업무 전반에 채택하는 등 전사적 차원에서 디지털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해 사내 반도체 업무 지원에 특화된 'DS어시스턴트'를 도입했다. 이 서비스는 △구매·경비 등 업무 프로세스 자동응답 △공정·설계·제조 등 전문 지식 검색 △제조·공정 데이터 요약 △번역 △문서작성 △회의록 녹취·요약 △시장·업체 분석 △코드 생성·리뷰 △고객 소리(VOC) 대응 등 총 9개 분야 업무를 지원한다. 가전·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도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에 기반한 '가우스 포털'을 도입해 메일 작성, 문서 요약, 번역 등 업무를 보조한다.

삼성전자는 미래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외 전 사업장에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을 차세대 'N-ERP'로 교체했다. AI에 기반한 업무 의사결정, 광학적 문자 판독(OCR)을 활용한 업무 자동화 등을 지원한다.


업계 관계자는 "혁신 의지가 강한 경 사장의 주도 아래 디지털 인프라가 빠르게 구축되고 있다"며 "인사 평가가 달린 만큼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사내 디지털 전환 시도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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