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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높이되 충당금 넉넉히" 당국 압박에 금융지주 배당이냐 충당금이냐 딜레마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06 16:42

수정 2024.02.06 16:42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파이낸셜뉴스]당국의 '뜨거운 아이스 커피' 주문에 금융지주들이 실적 발표 시즌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배당을 확대하고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 환원율 확대 정책을 펼치는 동시에 미래 손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더 쌓는 것은 파이가 커지지 않는 한 불가능한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이다. 고금리로 견조한 이자이익을 낸 금융지주는 주주 환원율 제고와 충당금 적립 사이에서 최적의 조합 찾기를 고심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실적 발표 시즌을 맞아 금융지주들의 주주 환원 정책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미래 손실에 대비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충당금 적립을 강조하는 가운데 투자자 수요 등을 고려할 때 배당을 마냥 줄일 수 없어서다. 당장 7일과 8일 각각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는 KB와 신한금융지주의 '최적의 조합'이 관전 포인트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총 5649억원을 결산 배당해 2022년 총주주환원율은 33% 수준이었다. 아울러 KB금융지주는 자산성장 목표 달성 후 보통주자본비율(CET1) 비율 13% 초과자본을 주주 환원의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최소 주당배당금(DPS)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총주주환원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난해 발표한 중장기 자본관리 계획에 변함이 없다"라며 "향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이 나오면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지주 또한 지난해 5000억원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한 데 이어 올해에도 주주 환원 정책을 이어갈 예정이다.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하나금융은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1년 전에 비해 2배 늘어난 규모다. 금융지주가 자사주를 매입해 태워 없애면 그만큼 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1주당 가치가 올라 대표적인 주주 환원 정책으로 꼽힌다.

앞서 예금보험공사 보유 잔여지분 1.24%(935만 7960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힌 우리금융지주에서도 매입 후 소각해 주주 가치를 제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발표 시즌에는 주주 환원을 약속했지만 금융지주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정부가 한 편에서는 저평가된 주가순자산비율(PBR) 상향을 추진하고, 다른 한 편에서는 올해 경제 상황을 고려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당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정부 정책 간에 '엇박자'가 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본 여력이 정해져 있는데 충당금을 더 쌓는 동시에 주주 환원율을 올리는 건 한 손에 창과 방패를 둘 다 들라는 것"이라며 "금융지주가 딜레마에 빠졌다"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손실흡수능력 제고와 주주 환원 정책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총주주환원율 제고를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이 충당금 적립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주는 상황에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주주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없으면 총주주환원율을 끌어올리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주주들이 주주총회 등을 통해 주주 환원에 대한 의견을 확실하게 전달하면 금융지주 의사 결정에 도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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