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주호민 아들 학대' 사건...법정 밖 확전 양상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07 07:00

수정 2024.02.07 07:50

웹툰 작가 주호민씨 아들(10)을 학대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200만원 선고유예를 받은 특수교사 A씨와 김기윤 경기도교육감 고문변호사가 6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웹툰 작가 주호민씨 아들(10)을 학대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200만원 선고유예를 받은 특수교사 A씨와 김기윤 경기도교육감 고문변호사가 6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초등학생 아들을 학대했다는 혐의를 받는 특수교사 A씨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갈등이 법정 밖으로 확전하는 양상이다. 주씨는 판결 직후 A씨 측이 "승전국이 패전국에 보낸 조약서" 같은 요구안을 전달했다며 선처 의사를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A씨 측은 "사실을 과장, 확대했다"고 반발했다. 특수교사 노조까지 나서 우려를 표했다.


주호민-특수교사 판결 후 법정 밖 공방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지난 1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란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범행의 경미함 등을 고려해 선고를 미루고 2년 뒤 형을 면제해 주는 판결이다.

해당 판결 직후 주씨는 개인 방송을 통해 6개월 만에 입을 열고 사건의 배경과 심경을 밝혔다. 주씨는 "서이초등학교 사건으로 인해 교권 이슈가 뜨거워진 상황이었고, 그 사건과 엮이면서 '갑질 부모'가 됐다"며 "제 인생에서 가장 길고 괴로운 반년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처음에는) 선처로 가닥을 잡고 입장문도 냈다"며 "선생님을 만나서 오해도 풀고, 선생님이 심하게 말한 부분이 있으니 사과받고 좋게 가려고 만남을 요청했는데 거부됐다"고 주장했다.

주씨는 A씨 측으로부터 고소 취하서 작성, 물질적 피해보상, 자필 사과문 게시 등의 요구사항이 담긴 서신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두 번째 서신에서는 피해보상 부분은 취소됐지만 "마치 승전국이 패전국에 보낸 조약서" 같아 선처의 뜻을 거뒀다는 것이 주씨의 설명이다.

반면 A씨는 주씨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했다. 1심 판결에 대해서도 불복 절차를 밟기로 했다. A씨는 6일 오전 10시30분께 수원지법 민원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 꿈은 특수교사였고 그것을 타의에 의해 잃고 싶지 않아 항소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금전 요구와 피해 아동에게 '쥐새끼'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주씨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주씨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녹음파일 증거인정에...교육계도 촉각
A씨는 "대법원 판례와 다르게 불법 녹음이 인정된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라고도 덧붙였다. 주씨 측은 아이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서 학교에 보냈는데, 이렇게 녹음된 내용이 이번 재판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으며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됐기 때문이다.

반면 대법원은 주씨와 유사한 사건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녹음기를 들려 보내 녹음한 내용에 대해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사건을 심리한 곽 판사는 형법 제20조(정당행위)를 근거로 타인 간 대화 녹음의 증거 사용을 금지하는 통신비밀보호법 조항을 적용하지 않았다.

곽 판사는 "이 수업은 의무 교육에 의한 공교육이라, 녹음돼 침해되는 사생활보다 보호할 수 있는 이익이 더 커 보인다"며 "결국 통신비밀보호법에도 불구하고 (녹음 파일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판결에 대해 사건 당사지인 A씨 뿐 아니라 교육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녹음이 허용된다면, 특수교사의 교육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6일 A씨의 기자회견에는 특수교사노조 관계자 등 70여명도 검은 옷을 입고 흰 국화꽃을 들며 동참했다.
이들은 "어떻게 수업하라는 거냐"라며 1심 판결에 대해 항의의 뜻을 밝혔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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