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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도 日서 안하는데…5G 28㎓ 단말 국내 들이기 쉬울까 [김준혁의 그것IT 알고싶다]

김준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07 06:00

수정 2024.02.07 07:28

정부, 제4이통 지원과 함께
5G 28㎓ 단말 공급·유통도 뒷받침
정부, 삼성에도 독려
삼성, 美·日 등에 공급 중
애플은 美에만
28㎓ 핫스팟 있는 日엔 없어
과거에도 이통사-제조사 동상이몽
이통사 "단말 먼저"-제조사 "인프라 먼저"
시간 소요 전망
서울 중구 애플스토어 명동 로고에 불이 들어와 있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 애플스토어 명동 로고에 불이 들어와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5세대(5G) 28㎓ 대역을 중심으로 제4이동통신사에 도전하는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스테이지엑스)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돕기 위해 다양한 육성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단말인데요. 현재 국내에서 공급이 전무한 28㎓ 지원 단말 유통을 독려해 해당 주파수가 B2C(기업-소비자간) 영역에서도 쓰일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5G 28㎓ 단말 국내에 쉽게 들어올 수 있을까요. 만약 들어온다고 해도 적당한 활용 사례를 찾는 것이 관건일 것 같습니다.
현재 5G 28㎓ 안테나가 들어간 스마트폰이 유통되는 곳은 미국, 일본, 유럽 등으로 요약됩니다. 애플의 아이폰은 미국에서만 해당 기능을 뒷받침하는데요. 한국이 과연 미국, 일본 등에 이어 5G 28㎓ 단말 지원국에 포함될 수 있을지, 한 번 살펴볼까요.

■강력하지만 딱딱한 5G 28㎓
최근 기사에도 소개드렸듯이 5G 28㎓ 주파수는 현재 국내 단말에서 체감 가능한 3.5㎓와는 다른 특성이 있습니다. LTE(롱텀에볼루션) 대비 최대 20배에 가까운 속도를 지원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지만, 회절성이 중저대역보다 확연히 떨어지고 도달거리가 짧습니다.

쉽게 말해, 3.5㎓ 주파수는 전달 과정에서 사람이나 맞닥들이면 이를 피해갈 수 있는 유연성이 있고 전달거리가 비교적 길어 적은 장비로도 전파 전달을 이룰 수 있습니다. 반면, 28㎓ 주파수는 사람과 물체를 피해가는 데 한계가 있고, 도달거리가 짧아 같은 공간에서도 3.5㎓ 대비 더 많은 장비를 필요로 합니다.

■국가별 28㎓ 활용 추세는?
이 같은 특성 때문에 28㎓를 소비자용으로 상용화한 국가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요. 미국, 일본, 유럽 내 일부 국가 정도로 추려집니다. 한국은 작년 이통3사가 28㎓ 대역을 반납하면서 상용화 프로세스는 멈춘 상태입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리서치 기관 아이디테크엑스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5G의 대역별 상용화·예비상용화 점유율은 한국에서 상용화된 서브6 대역(3.5~7㎓)이 55%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그 뒤를 미드밴드(1~2.6㎓)가 23%, 서브1 대역(~1㎓)가 15%로 뒤를 이었고, 28㎓가 포함되는 밀리미터웨이브(mmWave·24~48㎓)의 점유율은 9%가량에 그쳤습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가장 mmWave 상용화에 선제적으로, 적극적으로 나섰었습니다. 버라이즌, AT&T, T-모바일 등 이동통신사가 캠퍼스 등을 중심으로 핫스팟 구역 구성에 나섰었는데요. 다만 2021년 이후 미국 통신사들은 이 같은 전략에 속도 조절을 합니다. 수익화에 더 효율적인 중대역 투자로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일본에선 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 라쿠텐 등 이통4사가 합산 2만개의 28㎓ 기지국을 구축했습니다. 여전히 중대역이 기본 주파수로 활용되고 있고, 28㎓ 주파수는 핫스팟 형태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2022년 기준 단독형태(SA) 26㎓ 대역 검증을 진행 중이었다고 아이디테크엑스는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 또한 기업용(B2B) 및 핫스팟 형태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하네요.

유럽도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국가가 mmWave 기술 상용화에 나서기도 했지만, 2022년 기준 28㎓가 접목되는 소비자 디바이스 점유율은 1% 미만입니다.

이를 종합하면 5G 28㎓는 △혼잡한 실내외에 핫스팟 △실내외 고정 단말 연결을 목적으로 하는 고정무선접속(FWA) 형태 △실내 엔터프라이즈용 등에 가장 적합한 것으로 판단되네요. 28㎓ 전국망을 구축하기 위해선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기 때문에 인구 밀도와 트래픽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 등을 중심으로 해당 주파수를 활용하는 게 유리하다는 설명입니다. 28㎓를 활용하면 업·다운로드 속도도 높일 수 있는 데 더해 그만큼 더 많은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8㎓ 갤럭시·아이폰 美·日 정도에만
이처럼 상용화가 한정적인 탓에 삼성전자, 애플 등 제조사도 28㎓가 지원되는 단말을 일부 국가에만 공급하고 있습니다.

우선 삼성전자는 2020년 갤럭시S20 시리즈부터 미국과 일본, 일부 유럽 국가에서 28㎓ 안테나가 탑재된 갤럭시 제품을, 애플은 미국과 미국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 정도에만 28㎓ 지원 아이폰(아이폰12·13·14·15 등)을 공급 중입니다.

■닭이 먼저? 달걀이 먼저?
이미 다른 국가에서 28㎓ 안테나가 적용된 단말이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국내 보급은 제조사가 마음만 먹으면 가능합니다. 다만 당장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정부는 과거에도 삼성전자에 국내 5G 28㎓ 단말 보급을 독려한 바 있지만, 쉽지 않았던 이유는 국내 28㎓ 망 구축이 활성화돼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통3사가 5G 28㎓ 인프라를 구축할 당시에도 이통사 측은 '단말 보급이 먼저', 제조사 측은 '인프라 구축이 먼저'라며 '눈치싸움'을 벌인 바 있습니다.

아마도 삼성전자나 애플도 망 구축 인프라 상황을 보면서 '공급 저울질'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나 애플이 국내에 망 구축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말 공급에 확답을 할 수 있을까"라고 되묻기도 했는데요.

정부는 28㎓ 단말 공급에 자신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단말 공급에 대한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이번엔 과연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지 궁금하네요.

IT한줄평: 닭보다 달걀이 먼저 나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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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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