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현장클릭

[왓츠업 실리콘밸리] '원모어싱', 그리고 비전 프로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06 18:58

수정 2024.02.06 18:58

홍창기 실리콘밸리특파원
홍창기 실리콘밸리특파원
#1. 2007년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늘 우리는 3개의 혁신적인 제품을 소개하려고 한다. 첫 번째는 손 터치로 조작 가능한 대형화면의 아이팟이다. 혁신적 휴대폰이 두 번째다. 세 번째는 획기적인 인터넷 통신기기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제품들은 분리되지 않은 하나의 기기다. 오늘 애플은 전화를 새롭게 재창조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여기에 있다. 우리는 이것을 아이폰이라고 부른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2. 2023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

"오늘 나는 완전히 새로운 증강현실(AR) 플랫폼이자 혁신적인 우리의 신제품을 발표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이것, 비전 프로다. 애플의 비전 프로는 현실세계와 디지털세계를 완벽하게 어우러지게 한다. 비전 프로는 보는 것이 아니라 들여다보는 최초의 애플 제품이다. 비전 프로는 익숙하지만 완전히 새롭다. 여러분은 비전 프로를 여러분의 눈과 손, 목소리로 조절할 수 있다."(팀 쿡 애플 CEO)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17년 전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으며 스마트폰 시장에 혁명을 일으켰다.

잡스가 아이폰이라는 스마트폰을 통해 음악을 듣고, 인터넷을 하며, 전화 통화도 가능한 세상을 열었기 때문이다. 잡스는 아이폰 공개를 위한 발표장에서 자신의 설명을 바탕으로 한 우스꽝스러운 모양의 가짜 아이폰을 청중들에게 보여줬다. 우스꽝스러운 가짜 아이폰은 화면이 매우 작았고 둔탁한 커다란 키보드가 세련되지 못하게 붙여진 모습이었다. 이후 잡스는 아이폰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고 진짜 아이폰을 청중들에게 공개했다. 청중들은 진짜 아이폰을 큰 박수로 환호하며 맞이했다. 애플의 아이폰은 500달러라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비싼 가격 때문에 팔리지 못할 것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공개한 5개월 후 그런 예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이폰은 전 세계를 대표하는 스마트폰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6월 개최된 애플의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3에서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잡스처럼 청중들의 큰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애플의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처음으로 공개한 날이었다. 쿡 CEO가 WWDC 2023이 시작된 후 1시간40분께 '원모어싱'(One more Thing)을 외치자 애플파크는 환호로 뒤덮였다. '원모어싱'은 잡스가 중요한 애플의 신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내뱉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원모어싱'을 말한 쿡 CEO는 비전 프로를 전 세계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지난해 6월 쿡 CEO가 예고했던 비전 프로 출시가 이달 2일 예정대로 진행됐다. 2일 공개된 비전 프로는 쿡 CEO의 설명처럼 애플의 운영체제(OS)가 탑재돼 있기 때문에 애플 생태계에 머물렀던 사람들에게 익숙하다. 동시에 지난 2015년 애플이 애플 워치를 선보인 후 9년 만의 신제품인 만큼 새롭기도 하다.

비전 프로가 정식 공개된 후 비전 프로의 단점이 부각되고 있다. 잡스가 아이폰을 공개한 후 출시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빈약한 콘텐츠, 무겁고 비싼 것이 비전 프로의 치명적 단점이다. 비전 프로 가격은 3499달러(약 466만원)부터 시작하고, 무게는 500g이나 된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비전 프로의 올해 출하량을 최대 60만대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진행된 사전예약판매에서 약 20만대가 판매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출발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잡스의 전기를 집필했던 월터 아이작슨은 비전 프로에 후한 점수를 줬다. 그는 "잡스가 살아 있었다면 비전 프로를 좋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쿡 CEO가 잡스처럼 '원모어싱'을 외치며 소개했던 비전 프로. 비전 프로가 여러 가지 단점에도 제2의 아이폰이 될 수 있을지 흥미로워진다.

theveryfirst@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