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때아닌 '의대 입시 광풍'..총파업 예고에도 "의사 가운 입고 싶어요"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08 06:00

수정 2024.02.08 06:00

늘어난 의대 정원 2000명…총파업에서 수능 열풍까지
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의학 대학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의대 입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7일 서울 시내의 한 입시 전문 학원에 의대 입시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뉴스1
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의학 대학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의대 입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7일 서울 시내의 한 입시 전문 학원에 의대 입시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정부가 의대 정원을 내년도 대입부터 2000명 늘리기로 결정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의료계는 총파업이란 초강수를 내밀었으며 의대 입시를 문의하는 직장인과 대학생의 문의가 벌써 관련당국에 쇄도하고 있다. 일부 재수생과 직장인 등이 의대 입학을 위해 학원을 알아보는 등 사회적으로 때아닌 '의대 입시열풍'이 불고 있는 모양새다.

8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전날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증원 관련 대한의사협회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 정책을 발표할 경우 총파업 수순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기로 발표하면서 정부와 의사단체 간 갈등은 극에 치달을 전망이다. 이날 의협이 발표한 로드맵대로라면 의협은 이필수 회장을 필두로 한 제41대(현재) 집행부는 모두 사퇴한다. 이어 설 연휴가 끝난 후 즉각적으로 임시대의원총회를 소집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하고 총파업에 돌입한다.

파업 시점을 설 연휴 이후로 잡은 건 설 연휴 전에 시작할 경우 참여율이 저조할 것이란 우려, 설 연휴 기간 교통사고 등 응급상황에 대처해야 할 의료인력 부재 시 국민의 질타를 받을 것에 대한 우려가 섞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날 이필수 의협회장은 "우리도 일선에서 (총파업으로 인해) 국민들이 피해 보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서도 "설 연휴 시작 직전에 의대 증원 규모를 발표하는 건 정부가 우리의 파업 동력을 떨어뜨리려는 의도로 의심된다"라고도 말했다.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발표함에 따라 의협은 파업 전, 지난해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파업 참여 찬성·반대 투표 결과를 대국민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투표 결과를 공개하고 파업을 진행하겠다는 건 파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사 수가 불참하겠다는 의사 수보다 많았다는 의미로 비친다. 앞서 의협은 회원 81.7%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반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반대 이유로는 '이미 의사 수가 충분하다'(49.9%), '향후 인구가 감소하면서 의사 수요 역시 줄어들 것이기 때문'(16.3%), '의료비용 증가 우려'(15.0%), '의료서비스 질 저하 우려'(14.4%), '과다한 경쟁 우려'(4.4%) 등으로 나타났다.

학원가에서는 의대 재수 관련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2000명에 달하는 의대 증원 규모의 여파는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의대(120∼130명 기준)가 15∼16개 신설되는 효과에 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대학별 정·수시 선발 비율을 감안했을 때 당장 의대 정시 인원만 750∼800명가량 늘어날 것으로 입시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자연계열 지원학생들이 의대로 대거 몰리는 ‘의대 쏠림’이 심화돼 왔다는 점에서 문턱이 낮아진 의대 진학을 위해 기존 수험생과 대학 재학 중인 학생들도 대거 뛰어들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합격선 변동 폭은 의대 증원분 2000명 중 지역 거점대 몫으로 얼마나 배분될지, 정·수시 비율이 어떻게 조정될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서울대를 졸업했고 최근 취업까지 했는데 의대 재수를 희망한다는 문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대 재학생·졸업생들로 구성된 커뮤니티에도 의대 지원 의사를 타진하는 글들이 게재됐다. 한 서울대 졸업생은 "제조 대기업 1년 차인데, 고민하다가 오늘 학원 온라인 수강권 끊었다. 일단은 되든 안 되든 (의대 도전을) 한번 해보려고 한다"고 썼다.

이같은 현상은 서울대에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현재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합격생의 45.4%가 의대 진학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당초 예상 폭을 크게 상회하는 ‘2000명 증원’ 발표여서 최상위권 대학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도 의대 입학 가능선 상에 올랐고, 이 때문에 ‘N수생’ 역시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원 증원에 따른 의대 합격 점수도 하락할 전망이다.
현재 의대 정시 합격선은 국어·수학·탐구영역 백분위(300점 만점) 285.9점이지만, 2000명 증원되면 281.4점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게 종로학원 추정이다.

사교육계는 이미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을 중심으로 폭증하는 문의에 들썩이고 있다.
종로학원은 당장 이날 의대 증원과 관련한 입시 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했고, 메가스터디학원도 오는 13일 '의대 증원에 따른 입시 판도 분석 설명회'를 긴급 개최한다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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