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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넘치는 명품업계, 뉴욕 부동산 쇼핑 [‘극과 극’ 글로벌 경제]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07 18:17

수정 2024.02.07 18:17

프라다·LVMH 등 빌딩 매입 줄이어
천문학적 임차료 대신 건물주 택해
미국 뉴욕 5번가에 있는 보석 브랜드 티파니앤코 매장 밖의 모습. AP 뉴시스
미국 뉴욕 5번가에 있는 보석 브랜드 티파니앤코 매장 밖의 모습. AP 뉴시스
글로벌 명품기업들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거리의 상점들이 몰려 있는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금이 넉넉한 명품기업들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상권들을 매입하는 데 큰돈을 쓰고 있으며,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탈리아 명품기업 프라다는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의 매장이 포함된 건물과 옆 건물까지 8억달러(약 1조600억원)에 매입하기로 합의했다. 프랑스 구찌의 모기업인 케링은 이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의 1만350㎡를 약 10억달러(약 1조3200억원)에 사들였다.

또 프랑스 명품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도 뉴욕 5번가의 버그도프굿맨 백화점이 사용 중인 매장을 매입하기 위해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기업들은 뉴욕뿐 아니라 프랑스 파리의 몽테뉴가와 영국 런던의 뉴본드가에서도 부동산 사들이기에 열을 올려왔다.


프랑스 샤넬은 지난 202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포스트가의 빌딩을 6300만달러(약 835억원)에 매입했으며 같은 해 LVMH는 부촌으로 알려진 베벌리힐스의 호텔을 인수하는 등 뉴욕 외에 다른 미국 도시의 비싼 거리에 위치한 부동산에도 관심을 보인 바 있다.

명품기업들이 부동산 매입에 나선 것은 증가하는 신제품 판매를 위한 매장뿐 아니라 레스토랑 등과 같은 외식업에도 진출하면서 더 많은 장소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임차해 사용하던 부동산을 사들일 수 있을 만큼 자금사정이 넉넉해진 것도 주요 원인이다.

최근 몇 년간 명품기업들은 매출이 줄어들긴 했지만 애널리스트들의 기대치를 상회했다. 75개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LVMH는 지난해 약 940억달러(약 125조원)의 매출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주가도 급등했다.

이 같은 자금력을 무기 삼아 기업들은 부동산을 직접 소유함으로써 건물주의 통제에서 벗어나고, 장기적으로는 그 자리에 남음으로써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어 입주해 있던 매장을 아예 인수하려 하고 있다.


한번 입주한 업체들은 위치 좋은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큰돈을 들여 다시 개장하는 것을 꺼려왔으며, 건물주들은 이런 성향을 파악하고 재계약 때마다 더 비싼 임대료를 요구해왔다.

명품기업들의 고가 부동산 매입 열풍에 대해 뉴욕 로펌 애들러앤드스태큰펠드의 이사 에릭 멘케스는 "명품기업들이 5번가와 기타 입지 좋은 곳을 임차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천문학적"이라며 기업들은 "'왜 우리가 건물주를 부자로 만들어주나'라고 인식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중개업체 쿠시맨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뉴욕 5번가의 임대료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음에도 1평방피트(0.09㎡)당 월평균 2000달러(약 265만원)로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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