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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 지방은행 확대 우려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07 18:24

수정 2024.02.07 18:24

사무실·다세대 등 대출 부실 원인
NYCB 신용등급 2단계 하향 조정
美 재무 "우려되지만 관리 가능"
지난해 고금리에 따른 유동성 부족 사태로 중견 은행들의 연쇄 파산이 발생했던 미국에서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은행들이 흔들리고 있다. 미 금융 당국은 부동산 대출이 많은 일부 은행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지만 금융계 전체가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미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는 미 지역 은행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의 신용 등급을 'Baa3'에서 'Ba2'로 2단계 낮췄다. 그 결과 NYCB의 신용 등급은 투자부적격(정크) 구간으로 떨어졌다. 다른 신용평가사 피치도 지난 2일 NYCB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1단계 하향 조정했다. BBB-는 피치 기준에서 아직 정크가 아니지만 1단계만 더 내려가면 정크 구간이다.


무디스는 이번 등급 조정에 대해 NYCB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 뉴욕의 사무실·다세대 부동산과 관련한 예상치 못한 상당한 손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피치 역시 2일 하향과 관련해 "2건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과 관련한 손실과 대손충당금 증가 관련 구체적 조치를 담은 지난해 4·4분기 실적 보고서 내용을 반영했다"고 알렸다.

미 뉴욕 교외에 위치한 NYCB는 전국에 약 400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NYCB는 지난해 유동성 위기로 파산한 시그니처은행을 인수하여 자산가치가 1000억달러(약 132조원)를 넘어가는 중형은행으로 성장했다.

NYCB의 비극은 지난 1월 31일 주가가 37% 폭락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같은날 NYCB는 지난해 4·4분기에 2억52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은행이 설정한 대손충당금은 5억5200만달러로 지난 10년간 누적치보다 많았으며 시장 전망치의 10배를 웃돌았다.

NYCB는 가뜩이나 시그니처은행 인수로 손실이 늘어난 데다 사무실 등 상업용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관련 대출로 막대한 충당금을 설정해야 했다. 이는 곧 비용 증가로 이어졌다.

미 CNN은 지난달 보도에서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확대로 인해 지난해 4·4분기 미국 사무실 공실률이 19.6%로 역대 최고치라고 전했다. 가뜩이나 높은 금리에 허덕이고 있는 부동산 개발 업자 및 건물주들은 수요 급감으로 궁지에 몰렸다. 부동산 관련 대출에 참여했던 은행들 역시 돈을 떼이는 상황을 걱정해야 한다. NYCB의 일부 주주들은 6일 연방 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하고 은행이 상업용 부동산 관련 대출 부실을 숨겼다고 주장했다. 이날 NYCB 주가는 전날보다 22.3% 급락한 4.1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199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상업용 부동산 부실 위기는 비단 NYCB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본 아오조라은행은 지난 1일 발표에서 미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에 대비해 324억엔(약 2906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은행의 미 상업용 부동산 대출 잔액 18억9000만달러 가운데 7억1900만달러가 부실 대출로 알려졌다.
독일 도이체방크도 지난해 4·4분기 미 상업용 부동산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1억2300만유로(약 1758억원) 설정했다고 밝혔다.

6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상업용 부동산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로 매우 스트레스 받는 금융기관들이 일부 있을 수 있지만, 관리 가능하다고 믿는다"며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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