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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의대 확대로 예견되는 이공계 몰락 대책 서둘러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07 19:12

수정 2024.02.07 19:12

이공계 상위권 의대로 이탈 우려
장학금 확대 등 지금부터 강구를
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의학 대학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의대 입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7일 서울 시내의 한 입시 전문 학원에 의대 입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1화상
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의학 대학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의대 입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7일 서울 시내의 한 입시 전문 학원에 의대 입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1화상
의대정원을 2000명 늘린다는 정부 발표 이후 벌써 '의대 광풍'이 불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공계 상위권 지원자들의 이탈이 가장 크게 우려되는 문제다. 7일 학원가에 따르면 의대정원 증원으로 서울대·연세대·고려대(SKY)의 자연계 일반학과 91개 중 의대 지원이 가능한 점수대 학과는 62개(68.1%)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한다. 이들 학과 가운데 전부는 아니겠지만 상당수 응시생이 정원이 늘어나는 의대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필수·지역 의사 확보를 위해서는 의대정원 증원이 불가피함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에 따른 부작용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지금도 우수한 인재들의 의대 쏠림이 교육적 문제가 되고 있는 마당인데 앞으로 정원이 늘어나면 학업능력이 뛰어난 수험생들의 이공계 진학을 아예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바로 1년 후인 2025학년도부터 의대로 가는 문이 넓어지면서 올해와 지난해 SKY 등 상위권 대학의 이공계에 이미 진학한 학생들까지 동요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잖아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걱정이 태산인 과학계 관계자들과 이공계 교수들 사이에서는 이공계 '몰락'의 위기감까지 돌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줄어 이공계 대학은 인재 유치난이 가중될 수 있다. 현재 50만명 선인 대입 지원자는 20년 후가 되면 30만명대로 감소한다. 지원자 자체가 줄어드는데 설상가상으로 의대정원이 늘어나면 이공계의 우수인재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물론 의사가 늘어나 수입이 줄면 인재 쏠림은 완화될 수 있겠지만, 먼 훗날의 얘기다.

기초과학이나 첨단산업 발전의 밑바탕은 우수한 인력 확보와 양성이다. 과학 분야 노벨상이 단 1명도 나오지 않는 현실에서 과학인재 육성의 중요성은 차치하더라도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 분야에서 질적·양적으로 훌륭한 인재를 키워내는 것은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화급한 문제다. 의사 증원도 시대적 과제라지만 이 또한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의대정원 확대로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화될 것은 명백하다. 그렇다면 이공계로 우수한 인재들이 계속 유입되도록 유인책을 강구해야만 한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비슷한 상황을 맞았고, 이공계 기피현상은 지금도 사라진 게 아니다.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문제를 하루아침에 해결하기도 어렵다.

지금부터 교육당국은 이공계 인력을 붙잡을 방도를 놓고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방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장학금 확대다. 성적이 우수한 이공계 지원자들에게는 학비 전액 지급은 물론이고 유학비도 국가가 대주는 파격적인 당근책을 제시해야 한다.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가 더 필요한 곳은 의료계보다 과학계와 산업계다. 의료인력을 양적으로 늘린다면 질적인 면에서 과학인력 육성은 나라의 장래를 위해 소홀히 할 수 없다. 꼭 의대 증원 때문이 아니더라도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야 할 일이다.

장학금 지급 말고도 여러 대책을 생각해 봐야 한다. R&D 예산도 언젠가 다시 늘려야 한다.
과학과 공학 분야 국책연구기관에 대한 지원에도 아낌이 없어야 한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당장 반도체 관련 학과의 정원 채우기가 힘들어지지 않겠는가. 산학협동으로 이공계 자원을 육성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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