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하나라도 더 팔릴까"…귀성 대신 장사 택한 자영업자들

장유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0 07:00

수정 2024.02.10 07:00

자영업자 10명 中 8명 설에 영업
'명절 특수' 매출 상승 기대감 때문
귀성도 포기하고 '나홀로'라도 영업

음식점 등이 밀집한 서울 종각 젊음의거리의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연합뉴스
음식점 등이 밀집한 서울 종각 젊음의거리의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연합뉴스
#. 경기도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이번 설 연휴에도 장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A씨는 "연휴에는 쉬고 싶지만 살아남기 위해선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며 "자영업자에게는 연휴가 없다"고 말했다.
설 연휴에 가게 문을 여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경기침체 여파로 소비자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지만, 설날만큼은 '명절 특수'란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자영업자들은 귀성도 포기하고 가게 문을 활짝 열었다.

사장님 10명 中 8명, 설에 영업

10일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자영업자 92명에게 ‘설 연휴 계획’을 질문한 결과, 81.5%가 이번 설 연휴에도 매장을 운영할 것이라 답했다.
이는 10명 중 8명이 가게 문을 열겠다고 한 셈으로 지난해 동일한 조사 결과(76.7%)보다 4.8%p 증가했다.

이 중에서도 4일간 이어지는 설 연휴 사흘 내내 매장을 운영하겠다는 자영업자는 41%에 달했다. 1~3일만 운영하겠다는 응답도 41.3%로 나타났다. 특히 설 연휴에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중 전년 대비 3.1%p 감소한 52%만이 알바생을 고용하겠다고 했으며, 19.4%는 '나 홀로 근무하겠다'고 했다.

이처럼 자영업자들이 설 연휴 혼자라도 영업을 하겠다고 나선 배경에는 명절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고금리, 고물가 속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더 수익을 내기 위해선 설 연휴에도 문을 열 수밖에 없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설명이다.

녹록지 않은 자영업자 상황

실제 경기침체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고금리·고물가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도 커진 것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소매판매액지수(불변지수)는 104.0(2020=100)으로 1년 전보다 1.4% 감소했다. 2003년 3.2% 감소한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서비스 소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서비스업 생산'의 상승세 역시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 서비스업 생산은 2.9% 증가했는데, 2021년 5.0%, 2022년 6.7% 각각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최근 3년 중 가장 낮은 증가 폭이다. 민간 소비와 밀접하게 연관된 도매 및 소매업은 0.8% 감소했고, 숙박 및 음식점업도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소상공인의 지난달 체감 경기지수 역시 2년 만에 가장 나쁜 것으로 조사됐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1월 체감 경기지수(BSI)는 48.1로 전월보다 10.9p 하락했다. 이는 2022년 2월(37.5) 이후 23개월 만의 최저치다.

'휴식' 대신 '영업' 택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자영업자는 이번 설날 연휴에 '휴식' 대신 '영업'을 택하기로 했다.

자영업자 B씨는 "하나라도 더 팔고 싶어서 설에도 휴일 없이 일하기로 했다"며 "오픈, 마감 시간만 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C씨 역시 "이번 설에는 딱 하루만 쉬기로 했다"며 "주변을 보면 연휴에는 요즘 거의 다 장사한다"고 전했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명절 연휴에도 쉬지 않고 일하겠다는 사장님은 늘었지만, 연휴 기간 근무할 알바생 고용에는 다소 소극적인 모습"이라며 "설 연휴에도 쉬지 않는 이유에는 매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묻어났다"고 말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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