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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기차서 내리니… '그때 그 시절' 시간여행이 시작됐다 [2024 즐거운 설]

장인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08 16:33

수정 2024.02.08 16:35

관광공사 추천 설연휴 여행지 5곳
전국 유일 단관극장 동두천 '동광극장'
20년 세월 영사기와 추억 한장 남기고
리클라이너 갖춘 상영관서 편한 관람
태백서 만난 옛 탄광촌 복원 박물관
1970~80년대 주거시설 이색 체험
공예가 모인 아기자기 부여 규암마을
담배가게 살려 만든 책방세간 유명
군위 화본역 '엄마아빠어렸을적에'
옛 교복 입고 6070년대 골목 탐방
근대건축물 모인 군산 볼거리 가득
'빈집의 변신' 말랭이마을도 입소문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민족 대명절인 설 연휴가 9일부터 나흘간 이어진다. 음력 설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한 해가 시작되는 만큼 가족, 친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다. 객지 생활을 하는 청년들, 또는 일찌감치 일가를 이룬 중장년층도 오랜만에 찾은 고향에서 익숙한 정취 속에 숨 고르기를 한다. 혹 연휴 기간 국내 여행을 계획한다면 옛 감성을 오롯이 간직한 레트로 명소를 둘러보는 건 어떨까. 그때 그 시절의 흔적을 생생하게 품은 공간에서 나만의 특별한 시간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설 연휴에 가볼만한 곳으로 SNS에서도 입소문이 난 레트로 여행지 5곳을 소개한다.

옛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한 경기 동두천 동광극장. 한국관광공사 제공
옛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한 경기 동두천 동광극장. 한국관광공사 제공

■드라마 '응팔' 속 그곳, 동광극장

경기 동두천에 위치한 동광극장은 1959년에 문을 열었고, 1986년부터 고재서 대표가 운영 중이다.
지난 2015년에 방영한 tvN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 2018년 유튜브 채널 '와썹맨' 방송에 나오며 '와칸다 극장'으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에는 '경기도 대표 오래된 가게 12선'에 들었다.

동광극장은 전국에서 유일한 단관 극장이다. 살아 있는 극장 박물관이자 세대를 넘나드는 현재 진행형 레트로 극장이라 할 수 있다. 휴게실에는 1980년대 구입해 20여년간 사용한 영사기와 옛날 극장에 있던 수족관이 눈에 띈다. 드라마 세트장 같은 분위기 덕에 내부 곳곳이 포토존으로 쓰인다. 283명을 수용하는 상영관 내부는 가죽 의자와 멀티플렉스 특별관에 있는 리클라이너를 갖췄다. 일부 좌석은 테이블과 보조 받침대 등이 있어 음료를 즐기며 편안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옛 탄광촌 주거시설을 복원·보존한 철암탄광역사촌은 건물을 지지하기 위해 까치발처럼 기둥을 만들어 받쳤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옛 탄광촌 주거시설을 복원·보존한 철암탄광역사촌은 건물을 지지하기 위해 까치발처럼 기둥을 만들어 받쳤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옛 영광을 간직한 철암탄광역사촌

강원도 태백 철암탄광역사촌은 옛 탄광촌 주거 시설을 복원·보존한 생활사 박물관이다. 태백이 대한민국 석탄 산업의 중추 역할을 한 1970~80년대로 떠나는 시간 여행지다. 철암의 영화(榮華)가 이곳에서 하나둘 전개된다. 철암탄광역사촌은 11개 건물 가운데 페리카나, 호남슈퍼, 진주성, 봉화식당 등 총 6개 건물을 전시 공간으로 꾸몄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입장료는 없다.

1970년대 서울 명동 만큼 붐비던 호황기 탄광촌은 도시의 확장 속도를 건축이 따라가지 못해 증축을 거듭했다. 철암천 쪽으로 확장해 지층 아래 공간을 마련하고, 건물을 지지하기 위해 까치발처럼 기둥을 만들었다. 이곳이 '까치발 건물'로 불리는 까닭이다. 광부들이 모여 살던 산동네에 오르면 태백 철암역두 선탄시설과 쇠바우골 탄광문화장터, 철암역이 한눈에 들어온다.

충남 부여 규암마을을 레트로 여행지로 널리 알린 책방세간. 한국관광공사 제공
충남 부여 규암마을을 레트로 여행지로 널리 알린 책방세간. 한국관광공사 제공

■젊은 공예가들이 만들어가는 규암마을

충남 부여에 위치한 규암마을은 과거 나루터와 오일장을 중심으로 번성했으나, 1960년대에 백제교가 생기며 쇠퇴했다. 사람들이 떠나고 빈집, 빈 상가가 남은 마을에 공예가들이 점차 모여들면서 레트로 여행지로 거듭났다. 규암마을을 널리 알린 건 책방세간이다. 80년 된 담배 가게를 허물지 않고 창조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이다. 공예 디자이너 출신인 박경아 대표는 책방에 이어 카페 수월옥, 음식점 자온양조장, 숙소 작은한옥 등을 만들고, 네 공간이 들어선 거리를 '자온길'이라 이름 붙였다. 또한 부여군은 123사비공예마을을 운영하고 규암마을에 흩어져 있는 12개 공방을 지원한다. 123사비창작센터와 123사비레지던스를 통해 청년 공예인에게 작업실과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 '123사비'라는 이름에는 123년에 이르는 사비 백제 역사를 바탕으로 공예인의 손길을 따라 새롭게 태어나는 규암마을이 되고자 하는 염원이 담겨 있다. 123사비아트큐브&전망대에서는 작가들의 작품 전시와 플리마켓 등이 3월부터 열릴 예정이다.

드라마 세트장처럼 복고풍의 분위기를 간직한 대구 군위 화본역. 한국관광공사 제공
드라마 세트장처럼 복고풍의 분위기를 간직한 대구 군위 화본역. 한국관광공사 제공

■낡은 건축물, 여행 명소로 탈바꿈한 군위

대구 최북단에 자리한 군위는 레트로 여행지로 그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역사(驛舍), 학교, 농가 등 인구가 감소하며 자연스럽게 쓰임을 다한 낡은 건축물들이 여행 명소로 재생한 덕분이다. 그중 화본역과 추억의 테마 박물관 '엄마아빠어렸을적에'가 군위의 로컬관광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화본역은 1938년 2월 중앙선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한 이래 지금도 군위에서 유일하게 여객 열차가 정차하는 역이다. 드라마 세트장처럼 아기자기한 역사 내부, 증기기관차가 다니던 1930년대 말에 열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한 급수탑, 화본역 시비, 폐차한 새마을호 동차를 활용한 레일카페 등을 둘러볼 수 있다.

화본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엄마아빠어렸을적에'는 1954년 4월 개교해 2009년 3월 폐교한 옛 산성중학교 건물을 활용한 농촌문화 체험장으로, 1960~70년대 화본마을 생활상을 전시해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다. 교실과 문방구, 만화방, 이발소, 구멍가게, 연탄 가게, 사진관, 전파상 등을 재현하고, 옛날 교복 입기와 사륜 자전거 타기, 달고나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근대사 품은 군산 시간여행마을

전북 군산 시간여행마을에서는 다양한 근대건축물을 비롯해 1980~90년대 감성을 오롯이 간직한 골목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서는 군산의 근대사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박물관 왼쪽에는 옛 군산세관 본관을 활용한 호남관세박물관이 자리한다. 또 오른쪽으로는 옛 일본제18은행 군산지점을 보수·복원한 군산근대미술관과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을 활용한 군산근대건축관이, 이들 뒤쪽에는 진포해양테마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군산에서는 일제강점기에 건립한 반원형의 터널 해망굴을 거쳐 1998년 개봉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촬영한 초원사진관, 과거 일본인 부유층 거주지로서 신흥동에 남아 있는 일본식 가옥, 에도시대 건축양식을 볼 수 있는 동국사도 주요 볼거리로 꼽힌다. 이외에 신흥동 산비탈에 자리한 말랭이마을이 레트로 여행지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최근 젊은이들이 빠져나간 빈집이 미술관과 책방, 공방으로 하나둘 바뀌면서 낡은 듯 이색적인 매력으로 채워가는 중이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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