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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인허가 역대최저…서민들 살 집이 없다

이종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08 16:37

수정 2024.02.08 16:37

非아파트 공급절벽 오나
작년 다세대·연립 인허가 67% ↓
도시형생활주택은 77%까지 급감
주택기금 대출 확대 등 정책에도
시장에선 "주거안정 역부족" 판단
빌라 인허가 역대최저…서민들 살 집이 없다
서민들의 주거사다리가 붕괴되고 있다. 월세에서 전세, 자가로 이동하는 중간 기착지인 빌라, 도시형생활주택(도생) 등 비아파트의 지난해 인허가 실적이 역대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정부가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기 위해 주택도시기금 대출 확대, 신축물량 주택 수 제외 등 파격적인 대책을 꺼내도 시장침체, 고금리, 공사비 급등, 전세사기 등 복합적 요인으로 백약이 무효다. 현 추세라면 2~3년 뒤 비아파트의 공급절벽 우려가 현실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파이낸셜뉴스가 국토교통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3년 전국 빌라(다세대·연립) 인허가 물량은 1만4785가구로 집계됐다. 2022년 4만5858가구 대비 67.8% 줄어든 규모로 지난 2004년 통계(2만4685가구) 작성이 시작된 이후 역대 최저치이다.
전국 빌라 인허가 물량은 2011년 11만9735가구로 10만가구를 처음으로 넘어섰고, 2015년에는 14만2104가구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4만~9만가구를 유지해 왔으나 지난해 1만가구대로 곤두박질쳤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빌라 인허가 물량 역시 2022년 1만6157가구에서 2023년 3751가구로 무려 76.8%나 줄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존 최저 인허가 물량은 지난 2005년의 6901가구이다.

도생도 마찬가지이다. 전국 인허가 물량은 2022년 3만214가구에서 2023년 6778가구로 77.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서울의 도생 인허가 물량은 1만1855가구에서 2401가구로 79.7% 줄었다. 도생 인허가 집계가 시작된 2013년 이후 역대 최저치이다.

주택 인허가 물량에서 비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도 뚝 떨어졌다. 서울은 그간 비아파트 비중이 40~50%대를 기록해 왔으나 2023년에는 10.5%로 추락했다.

시행사의 한 임원은 "정부가 비아파트 공급 확대를 위해 돈을 더 빌려준다고 하는데 시장침체 등으로 팔리지도 않는 빌라를 누가 짓겠나"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9월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기 위해 주택도시기금 대출 지원 확대 등에 나섰지만 시장에선 먹히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부는 올 '1·10 대책'을 통해 소형 신축 비아파트에 한해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대책까지 내놨지만 공급 확대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준공시기(2024년 1월~2025년 12월), 분양가(수도권 6억원, 지방 3억원 이하) 등 까다로운 조건으로 수요진작에 한계가 있어서다.

이진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정책연구실장은 "1·10 대책이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2~3년 뒤 공급절벽이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공급 불균형은 주택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게 된다"며 "수요진작을 위한 추가 규제완화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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