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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논란 끝에 연기된 플랫폼법, 의견 더 듣고 결정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08 18:19

수정 2024.02.08 18:19

깜깜이 입법에 국내외서 거센 반발
심사숙고 후 개선된 방안 내놓아야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이 지난 1월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플랫폼 독과점 폐해 방지를 위한 '(가칭)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 제정 추진과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이 지난 1월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플랫폼 독과점 폐해 방지를 위한 '(가칭)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 제정 추진과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말 많았던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이 결국 무기 연기됐다. 입법을 추진해온 공정거래위원회는 7일 "추가적으로 의견수렴을 해나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당초 공정위는 설 연휴 전에 법안 내용을 공개할 방침이었다. 그런데 돌연 기한 없이 미룬 것은 법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입장을 바꾼 것은 충분한 소통이 명분이지만 실상은 업계의 반발, 미국 재계의 막판 압박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여기저기 눈치를 본 정황도 없지 않다.

더욱이 정부는 밀실행정, 졸속처리 비난에 휩싸이다가 갑작스레 백기를 들어 더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법은 네이버, 카카오, 애플, 구글 등 대형 플랫폼의 독과점 횡포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추진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1월 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규제방안을 논의해왔다. 그러다 지난 연말 법 제정을 공식화했지만 지금껏 법안 주요 내용을 제대로 공개한 적이 없다. 그러면서도 "이 법 제정이 늦어지면 공정위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 같다"는 말을 지난달 말 했었다. 그 뒤 이렇게 입장을 뒤집어버렸으니 무책임·무능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법안의 골자로 알려졌던 것은 소수 독과점 플랫폼을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하고 자사우대, 끼워팔기, 최혜대우 등 4대 반칙행위를 규제한다는 내용이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미리 지정해 신속한 규제를 하겠다는 것인데, 대형 플랫폼 업체와 경쟁하는 중소형 플랫폼과 입점업체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구체적인 세부내용을 계속 감추다 보니 여기저기서 혼란과 반발이 쏟아졌다. 주먹구구식 입법 폐해가 아닐 수 없다.

매출, 시장점유율, 사용자 수 등이 규제기준이 될 것이라는 예상에도 명확한 지침이 공개되지 않은 탓에 억측과 소문이 난무했다. 규제에 찬성 입장이던 소상공인단체는 쿠팡이 제외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자 반대로 돌아섰다. 정부 통제를 벗어난 중국 인터넷 상거래 업체도 대상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미국 재계는 혼란에 기름을 부었다. 구글, 애플, 메타 등 미국 기업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미국상공회의소는 우리 정부를 향해 무역합의 위반 소지가 있다며 압박했다. 여기에 정부가 법안 수혜자로 지목한 중소 벤처기업까지 투자위축을 걱정하며 반기를 들었으니 정부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대형 플랫폼 업체들이 자본력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한 뒤 소상공인이나 소비자를 상대로 꼼수 권익을 챙기는 행위는 정당하지 못하다. 독과점이 고착화되지 않게 미리 시장질서를 잡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정부의 법 취지도 여기에 있었다. 하지만 의욕에 비해 엉성했던 대응력은 겸허히 돌아봐야 할 것이다. 더욱이 법안을 두고 부처 간 견해차도 상당했고, 선거를 치를 여당도 난색을 표했었다고 한다. 정부·여당 내부에서도 손발이 안 맞는 법안을 두고 공정위만 강행 의지를 불태운 꼴이다.

지금부터라도 폭넓게 의견을 수렴해 독과점 폐해를 막을 수 있는 묘책을 강구해야 한다. 독점 횡포를 막아야지 혁신생태계 토대를 훼손해선 안 될 일이다.
정교하게 입법을 추진해야 옥상옥, 역차별 논란도 발생하지 않는다. 급히 서두르다 외국 기업은 다 빠져나가고 국내 대형 업체만 타깃이 돼선 곤란하다.
공정위는 심사숙고하여 개선된 방안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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