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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 등 8인치 파운드리, 상반기 실적도 '먹구름'

차세대 전력반도체 등 신사업 투자 속도

DB하이텍 부천캠퍼스 전경. DB하이텍 제공
DB하이텍 부천캠퍼스 전경. DB하이텍 제공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경기 침체에 시름한 8인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주력인 레거시(구형) 공정의 수요 회복 동력이 사라진 탓에 올해 실적도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5위 파운드리 업체 중국 SMIC의 지난해 4·4분기 순이익은 1억75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4.7%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총이익률은 32.0%에서 16.4%로 절반 가까이 하락하며 올해 분기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SMIC의 지난해 총 연간 순이익도 1년 전보다 50.4% 급감한 9억달러에 그쳤다. SMIC의 주력 사업은 8인치 파운드리다. 경기 침체 장기화 여파로 재고 조정에 나선 고객사들의 주문이 대폭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국내 8인치 파운드리 업체 DB하이텍의 한숨도 커지고 있다. DB하이텍의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1.97% 급감한 431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영업익도 2663억원으로, 65.36% 줄었다. DB하이텍은 초미세공정이 필요하지 않은 전력관리반도체(PMIC),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저화소 이미지센서 등 구형 공정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반도체 품귀 현상에 초호황을 누린 것과 달리 최근 경기 침체에 직격탄을 맞았다. 인공지능(AI)향 특수가 발생하고 있는 첨단 반도체 사업과 달리 8인치 파운드리는 수요 회복 모멘텀이 거의 없는 상태다.

올 상반기도 8인치 파운드리 업계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SMIC는 올해 1·4분기 매출총이익률 전망치를 9~11%로 제시했다. 지난해 4·4분기보다 33~45% 가량 감소할 것이란 예측이다. 수요 회복이 더딘 가운데 고객사의 가격 인하 압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팹(공장)의 연간 가동률이 60~70%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하반기 50~60% 수준보다는 높지만, 호황기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8인치 파운드리 업계는 신사업 비중을 늘리며 수익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DB하이텍은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고속 충전, 5세대(G) 통신 등에 사용되는 갈륨나이트라이드(GaN)·실리콘카바이드(SiC) 등 차세대 전력반도체 상용화를 위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SMIC는 미세공정으로 분류되는 7나노미터(1nm=10억분의1m) 이하 공정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제품 완성도는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렌드포스는 외신 보도를 인용해 SMIC의 5나노 및 7나노 공정 가격이 업계 1위 TSMC와 비교해 50~70% 가량 높은 반면 수율(양품 비율)은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8인치 파운드리 재고가 여전히 많은 탓에 가격을 내려도 주문이 크게 늘지 않는 상황"이라며 "하반기 경기 회복 국면에 들어서야 본격적인 실적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