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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양육비 중 30%가 진료비… 펫보험 가입은 1% 그쳐 [반려동물 800만시대, '펫보험' 국민보험 되려면 (上)]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2 18:17

수정 2024.02.12 18:17

펫보험 관심 매년 높아지지만
비싼 보험료·좁은 보장범위에
"동물보험을 왜 가입하나" 외면
보험사 가입문턱 낮추기 총력
지난해 10월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서 열린 서울 반려동물 한마당 축제에서 시민들과 반려동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0월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서 열린 서울 반려동물 한마당 축제에서 시민들과 반려동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스1

국내 반려동물 개체 수가 800만마리에 육박하면서 반려동물 의료비가 전체 양육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이에 반려동물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한 수단으로써 펫보험이 각광받고 있지만, 정작 가입률은 저조하다. 월 납입 보험료 부담이나 좁은 보장범위 등이 펫보험 가입 저해 요인으로 거론된다. '펫보험'이 국민보험으로 안착하기 위한 조건을 3회에 걸쳐 살펴봤다.


반려동물 양육비 중 30%가 진료비… 펫보험 가입은 1% 그쳐 [반려동물 800만시대, '펫보험' 국민보험 되려면 (上)]

반려동물이 800만 마리를 넘어서면서 보험사들도 '펫보험' 보장범위를 확대하거나 보험료를 내리고 아픈 반려동물도 가입할 수 있도록 가입 문턱을 낮추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려인에게 펫보험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선 질병명·진료행위 명칭·코드 표준화 등 제도적 기반이 확립돼야 보장을 강화하고 보험료를 낮출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위험률이 계산돼야 합리적인 보험료가 산출되고, 표준화된 질병 명칭이 있어야 담보가 개발된다"면서 "지금처럼 항목이 표준화되지 않고 명칭이 제각각인 상황에서는 위험률을 분석할 수 없는 데다가 담보가 포괄적으로 만들어져 보험료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펫 양육비 3분의 1은 '병원비'

12일 농림축산식품부의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반려동물 추정 개체 수는 799만마리로 집계됐다. 반려동물 수가 증가하면서 의료비 비중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의 지난 2019~2023년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반려동물 마리당 월평균 양육비 중 병원비 비중은 각각 34.4%, 39.6%, 34.6% 등으로 높게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반려동물 양육에 있어 가장 큰 비용 부담 중 하나가 진료비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 펫보험에 대한 관심도가 점차 높아지는 상황이다. KB경영연구소의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반려가구의 23.1%는 '펫보험 상품 종류와 특징까지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보험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중도 65.9%로 2021년(39.1%) 대비 26.8% 뛰었다. 펫보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보험사들도 펫보험 판매 비중을 높이고 있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총 11개사가 약 8만7911건(보험료 2022년 기준 약 287억여원)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펫보험에 대한 대중들의 인지도와 보험사들의 관심도에 비해 가입률은 국내 반려동물 전체 개체 수 대비 1% 정도로 미미하다. 2020년 가입률이 0.4%였던 것에 비하면 증가했지만 스웨덴(40%) 영국(25%) 일본(12~16%) 등 해외 선진국들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펫보험은 의무보험도 아닌 데다가 '내 보험도 가입하기 힘든데 어떻게 동물 보험을 가입하느냐'는 인식이 존재한다"며 "반려동물 보험이 상용화되고 가입률이 높은 서구권과는 인식 면에서 큰 차이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비싼 펫 보험료, 보장범위는 좁아"

소비자들은 펫보험에 쉽게 가입할 수 없는 주 요인으로 '비싼 보험료'와 '적은 보장' 등을 꼽는다.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서 펫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반려가구들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로 '월 납입 보험료 부담'(48.4%) '좁은 보장범위'(44.2%)를 제시했다.

이에 삼성화재·K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DB손해보험 등 대형사들은 보험료나 보장범위 측면에서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삼성화재는 지난해 3월 다이렉트 반려묘 보험을 출시하며 반려견에서 반려묘까지 보장을 확대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반려견을 위한 장기 펫보험 상품인 '위풍댕댕'을 개정 출시했다. 의료비 담보 보장비율을 실제 치료비의 50%, 70%, 80%, 90% 또는 100%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반려인 보장 담보를 강화하고 반려인이 상해 또는 질병으로 입원해 반려견을 애견호텔 등에 위탁 시, 위탁비용을 보장하는 반려견 위탁비용 담보를 신설했으며 최대 10% 보험료할인 혜택 또한 제공한다.

KB손해보험은 지난해 6월 'KB금쪽같은 펫보험'을 통해 치료비 보장비율을 90%까지 확대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양육하는 견종(토이푸들, 포메라니안, 요크셔테리어 등)의 보장보험료는 5만원 이내로 책정했다.
최대 12%의 보험료 할인하는 것은 물론 지난해 9월에는 병력이 있는 반려동물도 가입할 수 있도록 질병과 연관된 부위만 보장에서 제외하는 부담보 인수를 신설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현대해상은 지난해 7월 반려동물이 수술을 받은 경우 하루 최대 250만원까지 보상하고, 각종 보험료 할인 혜택과 '반려동물돌봄비' 담보를 신설한 '현대해상굿앤굿우리펫보험'을 선보였으며,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5월 자기부담금 2만원과 3만원 유형을 추가해 기존 상품 대비 최대 28% 보험료를 낮춘 '펫퍼민트 퍼피앤러브'와 '펫퍼민트 캣앤러브'를 내놨다.
DB손해보험도 지난해 7월 반려견 MRI,CT 촬영 시 일당 한도를 최대 100만원까지 늘려주는 추가 보장 담보를 탑재한 '펫블리 반려견보험'을 판매 중이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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