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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승인... 日 이어 ‘최대 복병’ EU 벽도 넘나

권준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2 18:25

수정 2024.02.12 18:25

EU경쟁당국 14일 심사결과 발표
업계 "조건부 승인 가능성 높아"
유럽연합(EU)이 정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승인 결정 시기가 임박하면서 항공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사실상 조건부 승인 결정을 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지만 아직 정식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두 항공사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EU 경쟁당국은 14일(현지시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합병심사 결과를 발표한다. 이와 관련해 EU 경쟁당국은 지난달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합병승인 결정 임시 기한(Provisional Deadline)은 2월 14일'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EU 경쟁당국이 사실상 조건부 승인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중순만 해도 두 항공사 합병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EU 경쟁당국도 합병 과정에서 '화물운송 부문과 일부 노선에서의 경쟁제한 가능성'을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지난해 6월에는 "두 항공사 합병 시 유럽 노선에서 화물·여객 운송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며 합병심사를 중지했다. EU 경쟁당국이 우려를 표한 여객노선은 인천~파리·프랑크푸르트·로마·바르셀로나 노선 등이다. 이후 대한항공은 심사 재개를 위해 다양한 시정조치안을 제출했다.

상황이 바뀐 것은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이 이사회를 통해 화물사업 분리 매각안을 가결한 이후부터다. 두 항공사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시정조치안을 EU 경쟁당국에 보냈고, 이를 확인한 경쟁당국도 합병심사를 재개했다. 다만 최종 결과 발표가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EU 경쟁당국은 이미 지난해 7월 발표 예정이었던 합병승인 결정 시기를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EU 경쟁당국은 당시 "필수정보가 빠졌다"며 대한항공에 추가 정보 제출을 요구했다.

EU가 두 항공사의 합병을 승인할 경우 남는 곳은 미국뿐이다. 다만 이들 항공사의 한국~미국 노선 점유율이 상당해 미국 당국의 시정요구가 거셀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공항 기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미국 델타항공의 미국 노선 점유율은 80%를 넘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지난 2018년 조인트벤처를 체결한 후 한미 노선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점을 감안, 경쟁제한성을 판단할 때 하나의 사업자로 본다.


앞서 일본, 영국, 중국 등은 두 항공사 합병 시 다양한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은 최근 합병 후 일본에 서울~오사카·삿포로·나고야·후쿠오카, 부산~오사카·삿포로·후쿠오카 등 7개 노선에 대해 국적 저비용항공사(LCC)를 포함, 진입 항공사들이 해당 구간 운항을 요청할 경우 슬롯을 일부 양도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중국에는 경쟁당국이 우려한 서울~베이징·상하이·창사·톈진과 한국 공정위가 우려한 서울~장자제·시안·선전, 부산~베이징·칭다오 노선 등 9개 슬롯 일부를, 영국의 경우 런던 히스로공항의 주 7회 슬롯을 영국의 버진애틀랜틱에 반납하기로 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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