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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기업 가치 증대책과 함께 증시 저평가 원인 살피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2 18:44

수정 2024.02.12 18:44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이달 확정
과도한 상속세, 관치 개입도 원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일본경제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일본경제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윤곽이 이달 중 최상목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릴 비상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프로그램 최종안에는 한국거래소가 상장사들에 기업가치 개선계획 공표를 권고하는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상장사가 거래소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치 제시 등을 기업가치 개선계획에서 밝히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미국과 일본 증시가 세계적 불황을 딛고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질주하는 반면 고꾸라진 한국 증시는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며 고전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기업들이 운영자금을 조달하는 창구로서 주식시장이 살아야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정부가 국내 증시의 저평가 해소에 나선 이유다.

기업 밸류업 방식은 앞선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의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은 주주환원을 확대하도록 상장기업들을 독려 혹은 압박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증시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방편은 될지언정 만병통치약은 될 수 없다.

국내 상장기업들은 손익계산서상 매출과 이익, 시장점유율에 집착해왔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상장사들이 영업에만 치중하다 보니 자본 효율성이나 주주환원을 소홀히 함으로써 투자자의 신뢰를 잃고 매력도 떨어졌다.

그런 면에서 기업의 가치 개선계획에 PBR이나 ROE 목표치 제시를 요구하는 건 주주환원과 자본 효율성을 높이는 마중물이 될 수는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가이드라인만으로 저평가 문제가 일시에 해소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PBR이 낮은 종목을 모두 저평가 기업으로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PBR 목표를 높게 잡도록 유도하는 게 무의미할 수 있다. 인위적인 목표 가이드라인을 잡기 전에 기업의 실적향상이 본질이라는 얘기다.

물론 주주환원에 인색한 기업들을 주주친화적으로 유도하는 건 바람직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 경영환경을 두루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가령 국내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에 소극적인 이유는 경영권 방어수단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에 대응하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다 보니 배당여력도 떨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주주친화적으로 변화하려면 앞서 말한 대로 이익 극대화가 핵심요건이다. 이익을 많이 내야 자사주 소각능력도 생기고 배당률도 높일 수 있다. 우리 증시가 힘을 못 쓰는 이유를 기업의 잘못으로만 싸잡아 매도할 수도 없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얼마든지 더 있다.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기업으로선 불가항력이다. 노동시장 경직성에 따른 생산성 악화와 잦은 파업에 따른 경영환경 불확실성도 빼놓을 수 없다.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율과 법인세, 관치의 개입, 여전히 강력한 규제도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가동으로 주가 상승과 지속적인 유동성 유입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나오길 바란다.
하지만 기업의 경영환경 개선과 기업의 실적 향상이란 펀더멘털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주가부양책도 소용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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