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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에 '안보 장사' 예고한 트럼프, 韓 역시 긴장해야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3 11:15

수정 2024.02.13 11:15

美 트럼프 정부 관계자 증언...한국과 대만, 우크라 안보도 위험 트럼프 2기 집권시 주한미군 및 주일미군 감축 가능성 나토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안보 역시 협상 대상 유럽 정상들, 트럼프의 나토 붕괴 위협에 즉각 반발
12일(현지시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장미의 월요일' 퍼레이드 가운데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형이 우크라이나 병사의 등에 창을 박고 있다.로이터뉴스1
12일(현지시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장미의 월요일' 퍼레이드 가운데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형이 우크라이나 병사의 등에 창을 박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오는 11월 대선을 준비중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를 암시한 가운데, 그가 다시 집권하면 한국과 대만, 우크라이나 등 다른 해외 안보에도 지원을 줄인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대만·우크라이나 모두 긴장해야
미 CNN 방송에서 뉴스 앵커인 동시에 수석 국가 안보 분석가를 맡고 있는 짐 슈쿠토는 12일(현지시간) CNN을 통해 다음달 12일 출간할 자신의 책 ‘강대국의 귀환 (The Return of Great Powers)’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그는 책을 쓰면서 트럼프 및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시기에 근무한 미 정부 관계자들과 접촉했다며 트럼프의 재선 성공 이후 미 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해 언급했다. 책에 따르면 2017~2019년 미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던 존 켈리는 트럼프가 미국의 집단 및 상호 방위 약속을 비난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는 나토에 어떠한 의미도 없다고 봤다"며 "그는 한국과 일본에 억제력을 위한 미군 배치를 두고 단호하게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켈리는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모두를 괜찮은 사람들이라고 봤고 미국이 그동안 북한을 궁지에 몰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켈리는 "트럼프는 미국이 이런 사람들을 자극했다고 판단했다"며 "그는 '만약 나토가 없었다면 푸틴도 문제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식으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았던 존 볼턴은 한국뿐만 아니라 대만 역시 트럼프의 귀환을 걱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슈쿠토와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재임 시절 대만에 대해 중국의 침략을 성공적으로 막기에는 너무 작고 미국이 신경 쓰기에도 너무 작다는 취지의 평가를 했다고 주장했다. 볼턴은 "내가 대만에 있었다면 트럼프 정부에 대해 매우 걱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바이든 정부에서도 지원 예산이 끊긴 우크라는 더욱 고민이 많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미 정부의 우크라 지원은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은 지난 8일 인터뷰에서 미국을 포함한 "서방이 우크라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하면 몇 주 안에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7월 연설에서 자신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하루 만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공언했다.

지난 2017년 7월 7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당시 미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가 대화하고 있다.AP뉴시스
지난 2017년 7월 7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당시 미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가 대화하고 있다.AP뉴시스

유럽, 트럼프의 나토 위협에 즉각 반발
볼턴은 슈쿠토와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나토에서 탈퇴하려고 할 것"이라며 "나토는 매우 위험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는 재임 기간 내내 나토 회원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그는 10일 선거 유세에서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며 과거에 유럽 나토 회원국 지도자 중 한명과 대화한 일화를 소개했다. 트럼프는 상대방이 "우리가 돈을 내지 않아도 러시아에게 공격받으면 미국이 보호하느냐?"라고 묻자 "당신이 체납자라면 보호하지 않겠다. 오히려 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독려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구서에 나온 돈을 납부하라"고 역설했다.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은 해당 발언 이후 즉각 반발했다.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12일 수도 베를린에서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나토의 집단방어 원칙을 약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해두겠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무책임하고 위험하다"며 "러시아에만 이득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구도 유럽의 안보를 갖고 놀거나 '거래'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투스크 역시 "미국과 유럽의 긴밀한 방어 협력 문제에 대해선 어떠한 대안도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투스크는 베를린 방문에 앞서 프랑스 파리에 도착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유럽 방위 산업 강화를 논의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같은날 "나토는 '단품 메뉴' 군사 동맹일 수 없고, 미국 대통령 기분에 따라 작동하는 군사동맹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토는 존재하거나 혹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대통령 선거운동 중에 나오는 '바보 같은 생각'에 관해 계속 언급하진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전날 나토의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동맹국이 서로를 방어하지 않는다는 제안은 미국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안보를 약화시키고, 미국과 유럽 군인을 더 큰 위험에 처하게 한다"고 걱정했다. 이어 "누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든 미국이 강력하고 헌신적인 나토 동맹국으로 남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바이든은 트럼프의 발언 직후 성명을 내고 그의 발언이 "끔찍하고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트럼프의 나토 발언을 다시 언급하고 "나토 동맹은 미국민들에게 실제로 안보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나토는 미국이 주기만 하는 동맹이 아니라 우리 모두 많은 것을 얻는 동맹이다"라고 말했다.

12일(현지시간)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가 수도 베를린에서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 중에 주먹을 쥐고 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로이터뉴스1
12일(현지시간)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가 수도 베를린에서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 중에 주먹을 쥐고 있다.로이터뉴스1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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