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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데이 시작, 역대 최고가 코코아에 초콜릿 가격 위험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4 05:00

수정 2024.02.14 05:00

국제 코코아 가격, 9일 기준 역대 최고가 기록
서아프리카에서 기후변화로 작황 망가져
단기간에 생산량 증가 기대 어려워
초콜릿 제조사들도 가격 고민, 장기적으로 인상 불가피
지난 2월 2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촬영된 밸런타인데이 초콜릿.AFP연합뉴스
지난 2월 2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촬영된 밸런타인데이 초콜릿.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초콜릿의 주원료인 코코아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전 세계에서 연인과 지인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밸런타인데이가 시작되었다. 시장 관계자들은 단기간에 코코아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당분간 초콜릿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코코아 시세 역대 최고
미국 정치매체 더힐은 12일(현지시간) 미 뉴욕과 영국 런던의 상품거래소들을 인용해 국제 코코아 선물 가격이 지난 9일 기준 t당 5888달러(약 782만원)를 기록해 관측을 시작한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카카오 가격은 전년 동기대비 2배 이상 뛰었고 지난달에 비해서도 40% 가까이 올랐다. 선물 시세는 지난 8일 47년 만에 고점을 갈아치우더니 다음날 또 다시 새 기록을 썼다.

업계 관계자들은 코트디부아르와 가나를 덮친 이상기후로 작황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두 국가는 세계 코코아 공급의 약 60%를 담당하고 있다. 미 농업협동조합은행인 코뱅크의 빌리 로버트 선임 분석가는 12일 미 공영 npr방송을 통해 해당 지역에 "극심한 비와 대규모 가뭄, 강풍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종 병충해를 언급하며 "코코아를 키우기에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뭄과 폭우가 번갈아 나타나는 현상은 기후변화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며 특히 지난해 4년 만에 찾아온 엘니뇨로 인해 그 강도가 더 심해졌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수온이 평년보다 5개월 이상, 0.5도 이상 올라가면서 서태평양의 온도는 내려가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기본적으로 지구 표면 온도가 올라가 폭염 가능성이 높아지고 덩달아 증발하는 바닷물의 양이 늘어나면서 대기 중에 수증기가 많아진다. 그 결과 폭우 가능성도 함께 올라간다. 현지 농부들은 잦은 폭우로 습기가 많아지면서 각종 병충해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기후변화 분석 업체인 클라이메이트에이아이에 따르면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코코아 생산량은 기후변화로 인해 최대 30%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아프리카의 코코아 공급망이 부담해야 할 기후변화 관련 손실액은 5억2900만달러(약 703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서아프리카의 코코아 생산은 기후변화의 영향이 누그러지더라도 극적으로 늘어나기는 어렵다. 미 CNN은 전문가를 인용해 코코아 선물 가격이 급등했지만 현지의 수매 가격이 턱없이 낮다며 농부들이 가격 상승의 영향을 체감하려면 1~2년은 걸린다고 진단했다. 이어 농부들의 급여가 최저 생활비에도 못 미쳐 현지 청년들이 코코아 농장 대신 다른 일자리를 찾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2일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달로아에서 한 지역 농부가 코코아 콩을 말리고 있다.로이터뉴스1
지난해 10월 2일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달로아에서 한 지역 농부가 코코아 콩을 말리고 있다.로이터뉴스1

초콜릿 수요 늘어, 손해 걱정하는 기업들
코코아 가격 폭등에도 불구하고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초콜릿을 선물하려는 소비자들의 발걸음은 이어지고 있다. 미국제과협회(NCA)가 지난해 7월에 미국인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달 29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2%는 이달 상반기에 친구나 가족, 연인에게 초콜릿을 선물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응답자의 94%는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 선물을 받길 원한다고 답했다. NCA에 의하면 지난해 밸런타인데이 당시 미국 내 사탕 및 초콜릿 판매량은 40억달러(약 5조3160억원)를 넘어섰다.

주요 초콜릿 업체들은 대목을 앞두고 원가가 치솟으면서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코뱅크의 로버트는 "사탕 및 초콜릿 제조사들이 코코아 가격 상승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며 "코코아 시세가 빠른 시일 내에 빠질 것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미 뉴욕의 유명 초콜릿 업체인 리락초콜릿은 이달 재료로 쓰는 생초콜릿 가격이 전년 동기대비 13% 올랐다고 전했다. 리락초콜릿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2022년부터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며 올해도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대기업들은 생각이 다르다. 로버트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미국 내 초콜릿 소매가격이 지난 2년 동안 17%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미 초콜릿 기업 허쉬의 미셸 벅 최고경영자(CEO)는 8일 실적발표에서 “코코아가 올해 수익 성장을 제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쉬의 제품 가격은 지난해 4·4분기에 6.5% 상승했고 지난해 북미 지역의 제과 초콜릿 및 기타 사탕 제품 가격은 9% 올랐다.
허쉬는 실적 발표 당일 비용 상승 문제로 인력의 5%를 감축한다고 밝혔다.

코뱅크의 로버트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미국 초콜릿 제과 제품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6.4% 증가했지만 판매량은 5%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두고 "제과 업계 전반에 걸쳐 가격 인상 여지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8년 8월 13일 독일 베를린에서 촬영된 미국 초콜릿 업체 허쉬의 제품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8년 8월 13일 독일 베를린에서 촬영된 미국 초콜릿 업체 허쉬의 제품들.로이터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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