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디지털 교육시대 후퇴하는 韓 사이버대… 원대협법 절실" [fn이 만난 사람]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3 18:18

수정 2024.02.14 11:45

공병영 글로벌사이버대 총장
일반대학 중심 정책에 소외 당해
원격대학협의회법 10년 넘게 계류
교육부 나섰다면 통과 했을 것
부정적 이미지 사이버대도 책임
일반대와 차별적인 경쟁력 필요
뇌·문화 기반 특성화 학과 육성
공병영 글로벌사이버대 총장이 해외 유학생을 유치하는데 사이버대학만큼 효과적인 플랫폼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사이버대 제공
공병영 글로벌사이버대 총장이 해외 유학생을 유치하는데 사이버대학만큼 효과적인 플랫폼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사이버대 제공

"8년이나 지났는데 나아진 게 없다. 이 정도면 제자리걸음도 아니고 후퇴라고 봐야 한다. 교육부가 사이버대학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고 있다. " 공병영 글로벌사이버대 총장이 파이낸셜뉴스와 최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쓴소리를 내뱉었다.


공 총장은 1990년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2017년까지 28년간 청와대와 교육부에서 근무했다.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교육부 평가지원과장, 장관 비서실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그는 2016년 교육안전정보국장을 맡았다. 당시 교육안전정보국 아래에는 사이버대학을 담당하는 이러닝과가 운영되고 있었다. 공 총장이 국장으로서 사이버대학 업무까지 포괄하고 있던 셈이다.

공 총장은 자신이 국장직을 맡은 이후 약 8년이 지났지만 사이버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정책은 진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교육 전환이 교육계 화두로 자리 잡았으나 정작 온라인 강의를 최전방에서 활용하는 사이버대학에 대해선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 총장은 "코로나19 유행까지 겪으며 온라인 교육의 중요성이 커졌는데 사이버대학에 대해선 지원도, 인력 수준도 과거 그대로"라며 "디지털 교육시대라는 말도 거의 나오지 않던 2017년에서 시간이 멈춘 듯 하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원대협법 적극 추진했으면 통과됐을 것"

공 총장은 한국원격대학교육협의회법(원대협법)이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은 교육부가 사이버대학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나타내는 예시라고 말했다.

2010년에 처음 발의된 원대협법은 22개 원격대학의 협의체인 한국원격대학교육협의회(원대협)을 설립하는 내용이 골자다. 원대협은 2004년 8월 설립돼 현재까지 운영 중이지만 법적 기구로 인정을 받지 못해 비영리 사단법인 형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정부 사업에 포함되지 못하고 사이버대학에 대한 평가 인증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다수다.

공 총장은 "내가 국장이던 시절에는 당시 원대협 회장과 국회에 살다시피하며 원대협법 통과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그때 거의 통과되기 직전이었던 원대협법이 아직도 계류 중이라는 얘기를 듣고 너무하다 싶었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하나의 법이 통과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나섰더라면 계류될 이유가 없는 법"이라며 "사이버대학도 일반대학과 마찬가지로 고등교육법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법적으로 인정받는 결성체가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원대협법의 부재로 인해 사이버대학이 받는 제약이 상당하다"라며 "사이버대학이 고등교육기관으로서 목소리를 내고 해외 진출을 하기 위해선 원대협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공 총장은 일반대학 중심으로 이뤄지는 정책 결정이 사이버대학을 소외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교육과 평생교육의 필요성이 커진 시대 흐름에 맞춰 교육부의 시선도 일반대학을 넘어서야 하는데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그는 "교육부가 사이버대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며 "고등교육 기관에 대한 정책 결정을 할 때 사이버대학의 우선순위가 계속해서 뒤로 밀려나는 상황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은 단순히 대학의 배를 불리는 게 아니라 학생에게 고스란히 이어진다. 지원이 없다면 피해는 학생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사이버대학 가능성 무궁무진해"

공 총장은 사이버대학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사이버대학과 관련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지 못한 데에는 사이버대학 스스로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 총장은 "사이버대학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자구적인 노력이 부족했던 거 같다"라며 "사이버대학이 갖고 있는 주요 콘텐츠를 잘 가공해서 일반대학 과정과 차별화된다는 것을 좀 더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성인 학습자가 단순히 학위를 받기 위해 사이버대학에 입학한다는 분위기를 없애야 한다"면서 "사이버대학도 강의 수준을 높이는 데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공 총장은 사이버대학의 강점을 언급하며 지원만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공 총장은 "사이버대학의 디지털 기반 수업 제작 환경은 일반대학이나 전문대학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다"면서 "일차원적인 동영상 강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실시간 온라인 토론 수업도 병행하고 있으며, 오프라인 세미나도 주기적으로 열어 학생들의 교육 수요를 채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사이버대는 문화와 뇌라는 두가지 키워드를 기반으로 특성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이버대학 가운데선 최초로 개설한 방송연예학과는 BTS 멤버들이 수료한 과정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며 해외에서도 이목을 끌고 있다.

2010년에는 뇌 활용 분야 최초로 뇌 교육 학과를 신설해 특성화 학과로 육성하고 있다. 재단 내 대학원에서는 2007년부터 뇌 교육 석·박사 학위 과정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국내 뇌 교육 분야에서 학사부터 석사, 박사까지 학위과정을 구축한 대학은 글로벌사이버대가 처음이다.


공 총장은 "글로벌사이버대는 10여년 전부터 뇌 활용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뇌 교육 연구에 앞장서왔다"라며 "최근에는 브레인트레이닝학과, 뇌기반감정코칭학과 등으로 학사 구조를 개편해 학습자의 니즈를 충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21세기 정보화 사회에서 대학이 학습자 수요에 맞춰 온라인 교육을 확대하는 것은 시대 흐름"이라며 "이를 위해 대학의 특성화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대학은 한류선도대학이자 뇌 교육 특성화대학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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