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진 전 의원 등에 전화로 접합도 결과 전달
"정치쇄신·올드보이 청산 의지 실행한 것"
일각에선 '찐명' 밀어주기 지적
"정치쇄신·올드보이 청산 의지 실행한 것"
일각에선 '찐명' 밀어주기 지적
[파이낸셜뉴스] 4·10 총선을 위한 공천 작업이 본격화 된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선 출마에 나선 일부 전현직 의원들에게 직접 불출마를 권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현역 의원에 대한 '하위평가 20%' 개별 통보를 앞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올드보이 청산' 등의 일환으로 교통정리에 나서자, 당내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최근 일부 예비후보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만나서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 등을 전하며 불출마를 요구했다. 3선 현역 의원인 인재근 의원(서울 도봉구갑)과 경기 광주을에 출사표를 낸 문학진 전 의원 등이 대상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문 전 의원 등과 통화한 취지는 선배, 중진급 후보자들에게 정치 입문의 길을 터 달라는 당부의 취지였다"고 전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이 대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 쇄신의 의지가 강하고 소위 말하는 올드보이 청산에 대한 의지도 있다"면서 "그런 의지를 실행해 옮긴 걸로 보인다"는 해석을 덧붙였다. 특히 친명으로 분류되는 문 전 의원이 대상이 된 것에 대해 '친명 후보 조차도 정치쇄신의 대상자로 삼는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풀이했다.
17·18대 국회에서 의원을 지낸 문 전 의원은 19대 대선 경선 당시 이 대표의 캠프에서 활동한 인사다. 문 전 의원은 임종성 의원의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경기 광주을 출마를 준비 중이었다. 이 지역에는 이른바 '찐명'으로 분류되는 안태준 당대표특별보좌역이 출사표를 낸 상태다.
인 의원의 경우 서울 민주와 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의 배우자로, 김 전 의원 별세 후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계통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인 의원은 이 대표에게 민평련 계열의 인사를 지역구 후임자로 추천하기도 했지만, 이 대표는 이번 총선 영입인재인 김남근 변호사를 생각하고 있다며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 의원과 관련해 민주당은 "인 의원이 먼저 총선 관련 의견교환을 위해 이 대표에게 요청한 자리였다"며 이 대표가 먼저 불출마를 종용했다는 점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 대표의 적극적인 교통 정리에 당내에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찐명' 후보를 밀어주기 위해 공천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통상 당 대표들은 공천 과정에 개입하지 않는 모양새를 취하기 위해 공관위 업무에 거리를 두는데, 이 대표가 나서서 불출마를 종용하는 것 자체가 불공정 시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한동훈 국민의힘 위원장도 특정 후보를 띄우며 '사천' 논란을 일으켰었는데, 이 대표의 행보도 우려가 되는게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반면 이 대표가 당내 잡음을 막기 위해 책임지고 통합행보를 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불출마 권고를 받은 인사들이) 이 대표가 자신에게 전화해 설득할 정도로 본인이 이 대표랑 친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겠느냐"라며 "이 대표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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