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국정원 “북한, 100조 규모 불법도박 배후 개입”

김윤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4 15:19

수정 2024.02.14 15:19

北 IT조직, 국내 범죄조직 도박사이트 판매
중국인 신분과 경력 가장해 일감 수주
1100여건 개인정보 탈취에 기업 해킹까지
차명계좌·페이팔로 대금 받아 中은행서 현금화
실제 운영된 도박사이트/사진=국가정보원
실제 운영된 도박사이트/사진=국가정보원
북한 IT 조직원 전권욱의 중국인 사칭 허위 ‘링크드인’ 프로필 및 이력서. 사진=국가정보원
북한 IT 조직원 전권욱의 중국인 사칭 허위 ‘링크드인’ 프로필 및 이력서. 사진=국가정보원

[파이낸셜뉴스] 국가정보원은 14일 불법 사이버 도박 배후에 북한이 개입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불법도박 매출 규모는 2022년 기준 102조7236억원이다.

국정원은 이날 “불법 도박사이트를 제작해 한국인 사이버범죄조직에게 판매한 북한 IT조직원 신원을 비롯 사이트 개발·판매·운영 실태 전반을 파악하고 관련 사진과 동영상 등을 입수했다”며 “북한 IT조직에 수천개의 도박사이트 제작을 의뢰하고 이를 판매해 수조원대 수익을 올린 한국인 범죄조직에 대해서도 경찰과 실체를 규명 중”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에 따르면 국내 불법 도박사이트 등을 제작·판매한 북한 IT조직은 중국 단둥에서 활동하는 경흥정보기술교류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개인 비자금을 조달·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 산하조직이다.

김광명 단장 아래 정류성·전권욱 등 15명의 조직원으로 이뤄졌고, 조선족 대북 사업가가 소유·운영하는 단둥시 평청 소재 금봉황 복식유한공사라는 의류공장의 기숙사에서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이 입수한 사진·영상에는 조직원들의 이름과 소속 등 신분을 밝힌 SNS 대화와 일감 수주에 활용한 중국인 가장용 위조신분증까지 담겨있다. 중국인 브로커를 통하거나 구글과 링크드인 등 포털사이트에 노출된 중국인 신분증에 본인 사진을 합성해 위장한 뒤 텔레그램·위챗·QQ 등 SNS와 프리랜서·업워크 등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일감을 찾은 것이다. 특히 IT업계 종사자의 경력증명서까지 도용하며 불법 도박사이트 제작 수주를 했다.

이는 북한인 신분으로 중국에서 일감을 찾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외화벌이를 막기 위해 지난 2017년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채택하면서다.

이런 가운데 국내 범죄조직들은 북측의 불법 도박사이트 제작비용이 한국과 중국 개발자들에 비해 30~50% 저렴하다는 점에 주목해 북한인임을 인지했으면서도 거래를 지속한 것으로 국정원은 분석했다. 북측은 불법 도박사이트 제작에 건당 5000달러, 유지·보수 명목 월 3000달러를 받은 데다 이용자 증가에 따라 달에 2000~5000달러를 추가로 받아낸 것으로 파악됐다.

도박사이트를 통해 개인정보 탈취까지 감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박사이트 유지·보수 과정에서 관리자 권한으로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자동 배팅 프로그램에 악성코드를 심어 정보를 탈취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성명·연락처·계좌번호 등 1100여건의 한국인 개인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판매를 시도했다. 거기다 북측은 국내 범죄조직에게 제공받은 도박사이트용 서버를 우리 기업 기밀 해킹하는 데 악용키도 했다.


도박사이트를 이용해 벌어들인 돈은 중국인 명의 은행 계좌와 국내 도박조직의 차명계좌, 또 경제서비스 페이팔 등을 활용해 수수하고 중국 내 은행에서 현금으로 바꿔 북한에 전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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