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잘해도, 못해도' 대기업 성과급 요구로 몸살… 노조 세력화 뇌관

최종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4 16:20

수정 2024.02.14 16:20

삼성전자노조 등이 6일 서울 서초사옥 앞에서 '삼성성연대 2024년 근로조건 및 노사관계 개선을 위한 공동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노조 등이 6일 서울 서초사옥 앞에서 '삼성성연대 2024년 근로조건 및 노사관계 개선을 위한 공동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대기업 노동조합들이 성과급을 요구하며 잇따라 강경투쟁을 예고하면서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실적이 좋았던 곳은 추가 성과급을 달라며 회사를 압박하고 있고, 부진했던 곳들 역시 예년보다 보수가 크게 줄자 다른 곳들만큼 성과급을 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 노조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만큼 별도의 특별성과급 지급하라고 주장하면서 노사 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전기차 전환기에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배터리 회사의 노조 역시 성과급이 너무 적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올해 성과급이 '0원'이었던 반도체(DS) 사업부를 중심으로 불만이 고조되면서 최근 노조 조합원 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 1000만원 이상? 현대차·기아 노사 '신경전'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조 집행부는 지난 13일 서울 양재동 본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다. 기아 노조는 “최대 성과에 맞는 공정한 성과분배는 당연하다”며 “정의선 회장은 시간 끌지 말고 특별성과급을 즉각 지급하라”고 회사를 압박했다. 기아는 지난 7일, 현대차는 지난 2일 공문을 통해 회사에 특별성과급 지급을 공식 요구한 상태다.

현대차·기아 노조가 요구하는 특별성과급은 별도의 추가 포상으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 따라 지급하는 성과급과는 성격이 다르다. 노조와 협상 없이 경영진의 재량으로 결정된다. 현대차·기아가 지난 2022년 초 직원들의 사기 진작 차원에서 격려금 400만원을 지급한 것이 특별성과급의 출발점이다. 작년에는 600만원 규모의 특별성과급(현금 400만원 및 주식)을 지급했다. 노조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만큼, 예년 보다 특별성과급을 더욱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조 내부에선 최소 1000만원 이상의 특별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차·기아는 특별성과급 액수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정례적인 보상 체계로 자리 잡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경영진 재량으로 주는 별도의 격려금이 고착화돼 평균임금에 산입되면, 실적이 좋지 않은 해에도 일정 부분 특별성과급을 지급해야 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성과급 요구가 전 계열사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고심거리다. 실제 작년 초에는 현대모비스 노조가 현대차 보다 특별성과급이 적다며 서울 역삼동 본사 로비를 점거했고, 2022년엔 현대제철 노조가 사장실까지 점거하며 특별성과급 지급을 요구했다.

재계는 최근 도미노처럼 확산되고 있는 노조의 성과급 요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몇 해 전부터 주요 대기업 직원을 중심으로 성과급에 불만을 표출하는 양태가 마치 연례 관행처럼 번지는 듯해 심히 우려된다"며 "해당 산업의 업종, 업태에 따라 경영성과 발생 여부가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나타나는 '성과급 불만 도미노'는 경영 현실을 무시하고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적은 모르겠고, 성과급 더 달라"

삼성전자는 지난해 성과급이 한 푼도 없었던 DS 사업부를 중심으로 불만이 고조되며 노조 가입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일 기준 삼성전자 노조 중 최대 규모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의 조합원은 1만6600여명이다. 이는 삼성전자 전체 직원 12만명 중 1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는 성과급을 둘러싼 직원 불만이 터져 나온 결과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악화와 실적 부진을 겪은 DS 부문의 지난해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을 연봉의 '0%'로 책정했다. DS부문의 목표달성장려금(TAI) 지급률도 작년 하반기 기준 평균 월 기본급의 12.5%로 상반기(25%)의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특히 DS부문 내에서도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는 0%다.

LG그룹의 일부 계열사들도 성과급 문제가 노사 갈등으로 이어졌다. 최근 여의도 일대에서도 홍보용 전광판을 단 트럭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직원 1700여명이 익명 모금을 통해 트럭을 한 대 대여했고, 이를 이용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은 2조1000억원 규모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성과급 규모는 평균 362%로 전년 870%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서울 한화빌딩 근처에도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임직원 일동'이라는 글자가 적힌 시위 트럭이 나타났다.
해당 트럭에는 "한화솔루션 큐셀 경영진께 회사는 매해 반복되는 일방적 통보 방식 횡포를 멈춰주시고 직원 소통을 통한 신뢰회복과 성과목표치 및 성과급 지급 방식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한다"는 문구가 쓰여 있다. 이번 트럭 시위는 지난해 성과급 액수에 불만을 품은 공장 현장직 직원들이 마련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한화큐셀은 연봉의 14% 수준을 성과급으로 지급했는데 전년 30% 대비 절반 이상 떨어진 수치다.

cjk@fnnews.com 최종근 김동호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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