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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등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채널 제한… 우리銀 사례에 촉각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4 18:02

수정 2024.02.14 18:13

ELS사태 재발 방지책 부상
우리銀 DLF사태 전화위복 삼아
PB창구서만 고난도 상품 판매
은행 "고객 접근성 제한" 우려도
홍콩H지수 기초 ELS의 대규모 손실 현실화로 주요 시중은행들이 '주가연계증권(ELS)' 판매를 중단하는 가운데 1월 31일 시중은행 중 ELS를 판매 중인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의 비예금상품 판매 전담 창구의 모습. 연합뉴스
홍콩H지수 기초 ELS의 대규모 손실 현실화로 주요 시중은행들이 '주가연계증권(ELS)' 판매를 중단하는 가운데 1월 31일 시중은행 중 ELS를 판매 중인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의 비예금상품 판매 전담 창구의 모습. 연합뉴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전화위복 삼아 투자자 보호대책을 강화한 우리은행이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자산관리 전문직군이 프라이빗 뱅커(PB) 창구에서만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팔 수 있도록 제한한 것이 불완전판매를 예방했다는 평가에서다.

다만 판매채널을 제한하면 고객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어 규제보다는 소비자 보호 강화에 중점을 둔 인센티브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2의 ELS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재발 방지책으로 은행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통상 은행을 찾는 고객들이 '안전 투자'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은행의 ELS·DLF와 같은 고난도 상품은 판매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은행에서는 2019년 DLF 사태 이후 PB창구 직원들만 고난도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들이 판매창구에 제한을 두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일부러 판매 장벽을 세워둔 셈이다. 이는 2019년 꾸려진 우리은행 자산관리혁신 전담팀(TFT)에서 나온 투자자 보호대책의 일환이다. 우리은행은 상품 판매 중심의 자산관리서비스 체계를 '고객 포트폴리오 중심'으로 바꾸고, 판매채널 제한이라는 특단책을 내놨다.

ELS 손실 사태에서 판매사들이 투자자의 재산상황·투자목적에 '적합하게 판매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제도개선 과정에서도 금융사가 적합성·적정성 원칙을 준수토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풋옵션 매도는 굉장히 위험하다는 것에 많은 부분 공감한다"며 은행이 옵션매도 구조화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당초 판매 제한에 난색을 표했던 은행권도 우리은행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고액 자산가나 금융투자상품 취득·처분 경험이 있는 투자자들이 주로 PB창구를 찾기 때문이다. PB창구 직원들만 고난도 상품을 판매할 경우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적합성·적정성 의무를 자동적으로 준수할 개연성이 커진다. 예적금 상품에 가입하려고 왔다가 담당자의 부당권유로 고난도 상품에 가입하게 되는 경우도 예방할 수 있다.

은행들의 금융투자상품 리스크 관리 체계도 제도개선 과정에서 살펴볼 지점이다. 실제 2015년 5월 1만4800대로 올라 연 고점을 찍었던 H지수는 2016년 2월 7500선으로 추락하는 등 손실구간에 진입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H지수 ELS 상품이 확정 손실을 낸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은행들이 위험성을 간과했다는 게 금융감독원의 판단이기도 하다. ELS 판매금액이 타 시중은행에 비해 적었던 우리은행은 당시 리스크총괄부서가 상품판매부서에 H지수 상품 출시 중단·축소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판매채널 제한이 능사가 아니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증권사 객장이나 은행 비대면 채널로 상품 가입이 제한되면 소비자의 접근성이 제약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일단 막고 보자"는 규제일변도 정책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창구를 제한하는 것보다는 직원 전문성을 키우고 투자자의 상품이해능력을 높이는 데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비대면 상품 가입이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비대면 가입자까지 고려해 금융투자상품 이해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KB국민은행을 비롯해 신한은행·하나은행·NH농협은행·SC제일은행은 ELS 가입자 민원 응대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TFT를 설치하고 제도개선방안을 마련 중이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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