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순익 내고도 배당 0원, 삼류증시 이유 있었네 [K디스카운트 자초한 상장사 (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4 18:26

수정 2024.02.14 19:33

코스피 25%는 3년간 지급 안해
이익환원 인색하다는 인식 확산
외국인투자 비중 28%까지 줄어
"주주들과 배당정책 소통 늘려야"
순익 내고도 배당 0원, 삼류증시 이유 있었네 [K디스카운트 자초한 상장사 (상)]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증시의 화두로 떠올랐지만 상장사들은 정작 배당에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시장 상장사 4곳 가운데 1곳은 최근 3년간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주주들과 이익을 나누지 않으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피 25%는 3년 연속 무배당

14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2022년 12월 말 기준, 외국주권법인·부동산투자회사·이후 상장폐지 법인 등 제외) 782곳 중 2020~2022년 배당을 실시하지 않은 기업은 190곳(24.29%)으로 집계됐다.

배당은 기업이 주주에게 이익을 나눠주는 것으로, 대표적 주주환원책으로 꼽힌다.

하지만 상당수 상장사들 자금여력이 충분한데도 배당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주가의 저평가로 이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3년 연속 배당을 하지 않은 회사 가운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경우가 적지 않다. 저PBR주로 주목받은 흥국화재가 대표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흥국화재의 PBR은 0.48배에 불과하다. 흥국화재는 2021년 620억원, 2022년 1475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배당금은 한 푼도 없었다. 2022년 상반기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기관인 서스틴베스트로부터 '과소배당기업'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당시 평가기준은 기업의 배당여력과 실제 배당 수준이었다.

PBR이 0.44배인 대한해운도 마찬가지다. 2022년 1090억원, 2021년 107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배당금은 제로(0)였다.

■인색한 배당이 부른 디스카운트

국내 상장사들의 '짠물 배당'은 해외와 비교하면 더욱 도드라진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배당성향은 20.1%에 그쳤다. 미국(40.5%), 영국(45.7%), 독일(40.8%), 프랑스(39.3%), 일본(36.5%) 등 주요국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특히 미국은 배당금 증액 등 상장사들이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배당금을 10% 증액한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표적이다. 지난 10년 동안 연속으로 배당금을 늘리며 주주들과 이익을 나누고 있다.

배당에 인색한 분위기가 고착화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도 한국 증시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투자 비중은 2004년 41.2%로 정점을 찍은 뒤 2021년 30% 선이 깨졌고, 지난해에는 28.8%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상장사와 주주 모두 배당을 바라보는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상장사들은 배당에 대해 보다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주주들은 무조건적인 배당 확대 요구를 지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자본시장연구원 황현영 연구위원은 "배당을 할 수 있는 이익이 나지 않거나 투자금으로 쓰는 경우 등 회사마다 상황이 다르다"며 "다만 이익이 충분히 나는데도 배당 의지가 없는 경우가 있다.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배당을 요구할 수 있도록, 혹은 기업이 배당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등 배당정책을 주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서울대 경제학부 안동현 교수는 "배당보다 재투자로 실적을 높이는 것이 주주들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남은 현금을 내부보유이익으로 가져가면서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며 "무조건 배당을 늘리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만 배당 관련 정보를 주주들에게 자세히 제공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