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로 프로 입단했지만 자리 잡지 못해 투수 전향
나란히 1억1000만원에 계약…데뷔 첫 억대 연봉
"몇 년 전까지 1억 꿈도 못 꿔…이제 자신감 생겨"
시련을 딛고 일어선 한화 이글스 투수 주현상(32)과 윤대경(30)이 처음으로 억대 연봉 대열에 합류했다. 자신들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후배들에게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주현상과 윤대경은 이번 겨울 나란히 1억1000만원에 2024시즌 연봉 계약을 맺었다. 주현상은 지난해 연봉 5800만원에서 5200만원이 인상됐고, 윤대경은 9000만원에서 2000만원이 올랐다.
호주 멜버른에서 스프링캠프를 소화 중인 주현상은 "가장으로서 뿌듯했다"며 "기분이 정말 좋았고 그만큼 앞으로 팀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고 연봉 1억원을 넘긴 소감을 밝혔다. 윤대경은 "연봉 1억원이 야구선수에게는 상징적인 의미다 보니 기쁨을 감추기 어려웠다"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프로야구에서 억대 연봉은 성공의 기준점이 된다. 더욱이 한때 프로 선수로 '생존'을 고민했던 이들에게 1억원의 의미는 더욱 특별하다.
이들은 모두 야수 출신이다. 그러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해 투수로 전향했다.
2015년 신인드래프트 2차 7라운드로 지명 받아 한화에 내야수로 입단했던 주현상은 자리를 잡지 못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해결한 뒤 팀에 돌아온 그는 투수로 변신해 2021시즌부터 1군 마운드에 서고 있다.
역시 야수 출신인 윤대경은 2013년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뛰어들었지만 1군 데뷔도 하지 못하고 군복무 중 방출 통보를 받았다. 야구를 놓을 수 없던 그는 일본 독립리그를 거쳐 한화에 투수로 입단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이들은 투수로 새로운 길을 열었다.
주현상은 지난해 55경기에서 59⅔이닝을 소화하며 2승2패12홀드 평균자책점 1.96의 성적을 냈다. 윤대경은 지난 시즌 47경기서 47⅔이닝 5승1패2홀드 평균자책점 2.45를 마크했다.
"연봉 생각보다 '야구를 더 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이 컸다"고 신인 시절을 돌아본 주현상은 "이제는 앞만 보고 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자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2019년 최저 연봉(2700만원)을 받고 한화에 입단했던 윤대경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연봉 1억은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라며 "이제 연봉 2억원을 위해 노력하면, 현실로 다가올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좌절도 많이 하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은 내게 이런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 연봉 이상의 수확"이라고 말했다.
뒤늦게 투수로 다시 출발하며 남들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리기도 했다. 이제는 모두 자산이 된 추억이다.
주현상은 군 복무를 마친 뒤 서산 2군 구장에서 자신보다 10살 어린 19살 신인 선수들과 훈련을 하며 큰 자극을 받았다. 주현상은 "후배들에게 지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훈련했고, 실제로 뒤쳐지지 않았다"며 "야구를 하고 싶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한 눈 팔지 않고 열심히 한 게 지금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대경은 과거 송진우 투수 코치의 조언을 받고 체인지업을 장착하기 위해 애썼다. 윤대경은 "송 코치님이 '체인지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해 주셔서 반년 동안 매일 훈련 끝나고 나머지 공부하듯 체인지업을 파고들었다"며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게 내 새로운 무기가 됐다. 그 시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상상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한때는 벼랑 끝에 몰려 현역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도 불투명했지만 이제는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 됐다. 선수 생활의 위기를 맞은 후배들에게는 롤모델이 되고 있다.
주현상은 "어린 선수들이 지금 퓨처스(2군)나 육성군에 있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분명히 1군에 오를 수 있고, 패전조, 추격조를 거치면서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나는 방출도 경험한 선수다. 막연한 얘기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가 한 번은 꼭 온다고 믿었다"고 힘들었던 시절을 떠올린 윤대경은 "지금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선수들이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연봉 1억 대열'에 들어선 만큼 책임감도 커졌다.
주현상은 "경기와 이닝 수를 늘려 서산(2군)에 내려가는 일 없이 1군에 머물러야 한다. 1군에서 풀타임을 뛰려면 부상도 없어야 하고, 성적도 꾸준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윤대경은 "작년보다 훨씬 더 많은 경기와 이닝을 소화하고 싶다"며 "그걸 위해 지근 부상관리와 체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팀이 이기는 경기에서 안정감 있게 뒤를 받쳐주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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