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KAIST 등 국내 연구팀, 방사선 유발 DNA 돌연변이 첫 규명

권병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5 13:51

수정 2024.02.15 13:51

[파이낸셜뉴스] 암치료의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인 방사선 치료는 암 조직을 효과적으로 파괴하거나 성장을 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방사선이 실제로 우리의 세포에 유발하는 돌연변이의 종류와 양에 대한 이해는 아직 미흡한 상태에서 한국의 의과학자들이 이런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주목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KAIST 의과학대학원 주영석 교수 연구팀이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손태건 박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방사선종양학과 김경수·장지현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로 방사선이 인간 및 생쥐의 정상 세포에서 만들어내는 DNA 돌연변이의 특성을 처음으로 명확히 규명해냈다고 15일 밝혔다.

연구 모식도.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제공
연구 모식도.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제공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방사선을 쬐어 세포에 돌연변이를 유도한 후, 방사선이 만들어낸 돌연변이를 유전체 서열분석 기술을 통해 규명하는 방식으로 방사선이 유발하는 DNA 돌연변이의 양과 패턴을 정밀하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연구팀은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생쥐와 사람의 다양한 장기에서 얻은 세포를 다양한 선량의 방사선에 노출했다.

각각 세포마다 유도된 돌연변이를 정밀하게 검출하기 위해 세포 하나하나를 오가노이드 세포 배양 기술을 응용해 증폭했다.


연구진은 총 200개의 세포 유전체 서열로부터 방사선 피폭량에 비례해 증가하는 특정 패턴의 돌연변이들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 1Gy(그레이)의 방사선량은 세포마다 14개 안팎의 돌연변이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연간 평균 자연방사선 양(3.08mSv)을 감안하면 1Gy는 약 320년의 자연방사선 노출에 해당하는 것이다.

방사선이 만들어내는 변이의 패턴은 다른 원인에 의한 돌연변이와는 달랐다. 주로 짧은 염기 결손과 소수의 염색체 역위(inversion), 전위(translocation) 및 다양한 복잡 구조 변이들로 구성돼 있었다.

방사선은 서로 다른 세포 종류에도 모두 비슷한 정도의 돌연변이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방사선 치료가 실제로 우리 세포에 유발하는 돌연변이의 종류와 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번 연구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주영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방사선이 분자 수준에서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하게 규명했다"며 "방사선이 우리 세포의 DNA를 얼마나,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첫 규명"이라고 설명했다.

손태건 박사는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앞으로도 초저선량과 초고선량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것"이라며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방사선 치료 기술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셀 지노믹스' 온라인에 실렸다.


이번 연구에는 서울대 유전공학연구소, 영국 케임브리지 줄기세포 연구소, 오스트리아 분자생명공학연구소(IMBA), KAIST 교원창업기업 게놈 인사이트의 연구자들도 참여했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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